A부터 Z까지, 제 경험 탈탈 텁니다
Zoe "다들 말하듯이 밖은 춥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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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디터 Zoe입니다.
혹시 2년 전 제가 썼던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이라는 제목의 레터를 읽으셨던 분이 있으실까요? 국내 커리어 관련 앱을 리뷰하면서, 그동안 프로이직러로써 겪은 개인적인 경험담들을 한데 엮어 썼던 글이었어요. 당시 국내에서의 경험을 기반으로 했었다면, 오늘은 해외 취업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해요. 세상에 쉬운 건 없지만, 어쩌면 새로운 기회의 땅일지도 모르는 해외 취업. 오늘은 지난 6개월간의 취업 도전기를 바탕으로, 제가 겪으면서 얻은 다양한 팁에 대해 상세하게 얘기해볼게요.
오늘의 레터는 아주 사적인 경험에 기반해 작성한 것이라, 국가와 직무, 연차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는 점을 미리 밝힙니다. 다른 경험을 하셨던 분들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피드백을 통해 경험을 공유해주셔도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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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해외 취업에 도전할 결심 2. 정보의 바다에서 진주를 얻는 법
3. '나'를 매력적으로 포장해보자
4.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에 숨이 막힐 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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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 주변에는 해외 이직이나 해외 취업을 고민하는 분들이 더러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2020년 MZ세대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한 잡코리아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84.9%가 해외 취업을 희망한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대부분은 수직적인 국내 기업문화와는 다른 수평적 문화와 워라밸 등을 이유로 꼽았죠. 특히 재택이나 원격근무가 많은 IT업계의 경우 해외로의 도전을 시도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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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취업에 대해 다루는 콘텐츠, 요새 많이 보셨죠? © 유튜브 '요즘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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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해외로의 이직이든 국내로의 이직이든, 이직은 그 원리가 거의 동일하다고 보는데요. 지금 있던 곳에서 번아웃이 왔거나, 연봉을 좀 더 올리고 싶거나,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고 싶을 때 도전해 볼 만한 일이죠. 영어나 다른 언어가 수월한 사람이라면 그 영역을 좀 더 넓혀 도전할 수 있는 셈입니다. 유학 경험이 전혀 없는 저와 같은 입장을 기준으로 말하자면, 어찌됐든 해외로의 이직보단 국내에서의 이직이 조금은 더 수월한 게 사실입니다. 인수인계나 업무 적응 측면에서도 당연히 국내가 훨씬 나을 것이고, 삶의 터전 자체가 한국에 있는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해외로 터전을 옮긴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특정한 계기가 없다면 선뜻 생각하기 어렵죠.
그럼에도 해외 취업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건 어쩌면 닿아 본 적 없는 미지의 세계가 주는 기대감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는 수평적인 문화의 사무실 분위기 역시 한 몫을 할 테고요. 해외를 마냥 기회의 땅처럼 묘사하고 싶지는 않지만, 각자의 직무나 분야에 따라 어쩌면 새로운 발전을 기대해 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마냥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도 없다고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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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해외 취업에 도전하기에 앞서, 우선 왜 해외 취업에 도전하고 싶은지가 확실하게 정립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해외에서의 취업을 고려했던 건, 사실 반 정도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요. 개인적인 사정으로 외국에서 최소 2년 이상을 무조건 살게 되면서 앞으로 백수로 마냥 놀고먹을 수는 없다는 나름 절박한 이유 때문에 이직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돈도 돈이지만, 이대로 있다가는 커리어가 단절될 거라는 불안감이 아주 크게 작용했어요. 회사를 다닐 때는 항상 번아웃 때문에 힘들어하며 백수 생활을 꿈꿨지만, 막상 백수가 되고 나니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저 스스로를 사랑해주기가 조금은 힘들더라고요. 백수로 노는 생활도 물론 재밌긴 하지만 언제까지 재밌을지도 모르는 일이고요. 무엇보다 해외에서 거주할 기회가 있는 만큼 이 소중한 기회를 그냥 흘려보내고 싶지 않다는 욕심도 함께 작용했습니다.
저는 해외로 이주를 먼저 하고 이후에 이직에 도전하게 되었지만, 이직 후 해당 국가로의 이주를 고려하고 있다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으니 각오가 필요합니다. 언어 장벽은 없는지 검토해 보는 것도 중요하고요. 다만 공인 시험 성적을 따는 것보다는 링크드인(Linkedin) 프로필 업데이트를 꼼꼼하게 잘 해두시는 게 훨씬 이직에 유리합니다. 본인의 이력을 업데이트하는 수준을 넘어서, 기존에 진행했던 프로젝트 내용을 꼼꼼히 기재하고, 가능하다면 피드에 본인의 업무와 관련된 글들을 여러 개 올려놓는 것도 좋습니다. 토익 점수보다는 링크드인 피드 게시물 여러 건이 인사담당자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훨씬 용이할 수 있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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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틱톡, 메타, 넷플릭스 등 유명 글로벌 기업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인스타그래머 소라언니 |
© 독일, 영국 등 유럽에서 일해본 경험을 공유하는 마케터 조이차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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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로, 해외에서 이미 거주하면서 근무를 하고 있는 분들의 계정을 팔로우해보는 것도 도움이 되겠죠. 취업도 물론 중요하지만 현지에서의 생활은 어떤지, 장단점은 무엇이 있는지 미리 알아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니까요. 저는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통해 현지 분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미리 시뮬레이션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고, 너무 환상에 가득 차서 준비하는 것보다는 실제 생활의 면면을 알아보려고 노력했어요. 해외든 국내든 어쨌든 회사에 다닌다는 건 비슷한 장단점을 갖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다양한 문화에서 살아보며 경험의 폭을 넓히는 건 좋지만 그 나라가 나와 맞지 않는다면 오히려 국내 취업보다도 더 안좋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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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저는 채용공고를 서칭할 때 링크드인을 아주 잘 활용했어요. 링크드인 내 지역 설정을 해당 국가로 해두고, 이메일로 오는 관련 채용공고들을 확인하면서 지원을 했습니다. 이메일 받기 설정을 해두니 매일 알람처럼 업데이트된 공고들이 배달되서 거의 반강제적으로 열심히(!) 지원할 수 있게 해주더라고요.
비슷한 사이트로 글래스도어(Glassdoor)도 함께 활용했습니다. 글래스도어는 우리의 잡플래닛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세계 최대의 직장 평가 사이트인데요. 지원하고자 하는 기업에 다녔던 사람들의 평가, 연봉 수준, 복지 등 디테일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서 퍽 유용했습니다. 해외 이직의 경우 해당 국가 내에서 본인이 지원하고자 하는 직무가 어느 정도의 연봉을 받는지 확인이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요, 이때 글래스도어를 활용하면 대략적인 연봉 수준을 확인할 수 있어서 지원 시에 참고하기 좋았습니다. 해외 취업을 지원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월드잡플러스 홈페이지에서도 공고를 확인할 수 있는데, 한국인 선발을 희망하는 건들을 한데 모아 놓아 지원하기에 좀더 수월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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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하다면 해당 국가 거주자들이 많이 있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들어가서 채용시장에 대한 정보를 얻거나, 해당 국가에서 이미 거주하고 있는 지인들을 통해 정보를 얻어두는 것도 용이하게 작용할 수 있어요. 해외는 생각보다 지인 추천 채용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외부에 오픈되지 않은 채용공고도 있을 수 있고, 지인 추천을 통하면 서류 통과가 훨씬 수월한 경우도 많거든요.
대표적으로 구글이나 메타 등이 이런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요. 커리어 관련 콘텐츠를 올리는 해외 유튜버들에 따르면 해당 회사에 직접적인 지인이 없다고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서칭을 하면 지인 추천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래 이미지처럼 지원하고 싶은 회사명이나 본인의 직무명과 함께 ‘referral(추천)’을 링크드인에서 검색하면, 추천을 해주겠다는 게시물을 올린 사람들을 여럿 찾을 수 있습니다. 보통은 기업에서 지인추천 입사를 하게 되면 추천한 직원에게 금전적인 보상을 하다 보니, 이런 제도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거죠. 해당 사람들과 커피챗 또는 DM을 통해 직무에 대한 경력을 충분히 어필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을 겁니다. 물론 이렇게 적극적인 어필을 하기에 앞서, 매력적인 CV(Curriculum Vitae)를 우선 잘 구축해 놓아야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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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드인에서 구글 레퍼럴(google referral)을 검색하면, 위와 같이 추천해주겠다는 게시물을 여럿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기회를 잘 잡아야겠죠? © Linked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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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취업과 국내 취업의 가장 큰 차이를 굳이 꼽으라 한다면, 저는 이력서 작성과 전화 인터뷰(phone screening interview) 단계 두 가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국내에서의 이직은 워낙 업계 내에서 서로 정보가 교류되고 있다 보니 회사 이름, 부서 이름만으로도 설명이 되는 부분이 있지만, 해외는 아예 상횡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전에 어떤 회사에서 일을 했던, 아니면 어떤 대학을 나와 어떤 활동을 했던 간에 지원하고자 하는 지역과 연관성이 거의 없다면 해당 경력을 인정받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항상 명심해야 합니다. 제아무리 대기업 출신이어도 그쪽에서 보기엔 ‘듣보잡’일 수 있거든요.
때문에 해외 취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이력서를 아주 잘 작성하는 겁니다. 인사팀에서 보기에 매력적인 이력서 한 장만 있으면 사실상 취업은 반 이상 끝난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해요. 본인이 다녔던 회사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함께 추가하고, 그 회사에서 어떤 일을 했었는지 수치와 함께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작업은 꼭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마케터로 일하고 있다고 가정해볼까요. A라는 회사에서 해당 마케터가 했던 일 중 가장 내세울만한 프로젝트(규모나 협력사 크기 면에서)를 명시하고, 해당 프로젝트에서 맡았던 구체적인 업무와 그 업무성과를 수치화하여 명시해주면 좋습니다. 프로젝트 성과로 매출이 150% 수준으로 증가했다거나, MAU가 230% 상승했다는 등 퍼센트로 환산해 명시하면 되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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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ume.io는 사진처럼 다양한 템플릿을 선택해서 영문 이력서를 작성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 Resume.i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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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서를 작성할 때 양식이 고민된다면 구글 등에 영문이력서 양식을 검색해보셔도 좋고, AI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활용하셔도 좋습니다. 저는 Resume.io라는 서비스를 이용했는데, 다양한 형식으로 이력서를 작성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특정 JD에 맞춰 중요한 키워드를 뽑아주어서 이력서를 전략적으로 구성하기에 조금 더 용이했던 것 같아요. 이외에도 resume genius나 my perfect resume 등 다양한 서비스가 있으니 상황에 맞춰 사용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꼭 유료 서비스를 이용할 필요는 없지만, 영문 이력서 작성이 너무 어렵게만 느껴진다면 초기에 사용하기 좋은 서비스들이에요.
중요한 건, 구체적인 내용을 적으면서도 너무 장황해져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2장 내외로 작성하되 지원하고자 하는 회사의 직무와 가장 연관성이 높은 활동 위주로 이력서를 작성하면 더욱 눈에 잘 띌 수 있습니다. 제 경험에 기초하면, 기존 회사에서 했던 업무 중에 앞으로 하게 될 업무와 연관성이 높아 보일수록 면접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월등히 높았습니다. 연관성이 떨어질수록 당연하게도 서류 탈락하게 될 확률이 현저히 높아졌죠. 때문에 지원하고자 하는 기업의 채용공고를 잘 분석하고, 해당 공고에서 사용하고 있는 단어들을 활용해서 이력서를 업데이트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서류 통과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아질 수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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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경험한 대부분의 해외 기업은 거의 모든 과정에서 화상 또는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미리 화상 인터뷰 환경을 잘 구축해두는 것도 중요하겠죠. © Unsplas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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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인터뷰(phone screening interview)도 이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독특한 경험이었어요. 일반적으로 해외 기업의 경우 실무자와의 인터뷰 전에 전화 인터뷰(phone screening interview)를 거치게 되는데요. 이 단계는 해당 회사의 인사팀과 거치는 스크리닝 단계로, 정식 인터뷰처럼 딱딱한 느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인터뷰가 아니라고는 할 수 없는 특이한(?) 과정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보통 이 단계에서 인사팀의 질문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데요. 스크리닝이라는 이름이 붙어서 준비를 덜 해도 될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엄연히 회사 인사팀 직원과의 인터뷰 과정이다 보니 어떤 이야기를 할지 미리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다만 실무자와의 인터뷰는 아니다보니 실무와 관련된 구체적인 이야기보다는, 이 직무와 지원자가 어느정도로 핏(fit)이 맞는지 체크하는 단계에 가깝습니다. 일반적으로 물어보는 질문들은 아래와 같아요.
- 해당 직무에 지원하게 된 이유
- 기존에 했던 업무에 대한 간략한 내용
- 희망하는 연봉 및 처우
- 해외 취업을 희망하는 이유 / 특정 국가에 취업을 희망하는 이유
전화 인터뷰 단계까지 갔다면, 어느 정도는 그 기업과 끈이 닿은 셈이니 조금은 희망을 가져도 좋아요. 만일 아주 매력적인 지원자라면 인사담당자가 어떻게든 맞는 자리를 찾아주려고 노력하게 되어 있거든요. 저의 경우 전화 인터뷰를 통해서 지원한 자리가 아닌 다른 포지션으로 재지원하기를 제안받은 적도 있고, 전화 인터뷰 상에서 제 경력을 인정받아 기존 포지션보다 경력을 더 인정해줬던 사례도 있었습니다. 일단 전화 인터뷰에서 인사팀에게 좋은 인상을 한번 남기고 나면, 어떻게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게 도와줄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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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인터뷰도 통과하고 나면, 다음은 본격적인 실무진과의 인터뷰를 준비해야겠죠. 영어로 진행하는 면접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는 분들이라면 취업 관련 인플루언서들의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걸 추천드려요. 제가 주로 참고했던 크리에이터는 SelfMadeMillennial과 DonGeorgevich인데요. 상황에 따라 어떤 답변을 하는 게 좋은지, 어떤 답변은 별로인지를 영상으로 볼 수 있어서 정리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고, 섀도잉하기에도 좋았습니다. 작성해둔 이력서를 기반으로 크리에이터들이 제공하는 인터뷰 질문에 하나씩 미리 답하면서 준비를 하다 보면 영어 면접에 대한 불안함이 훨씬 줄어들 수 있을 거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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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개월 간 해외 이직을 준비하면서 사실 힘든 순간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 이직을 한 경험이 여러 번 있었는데도, 이번 건 사실 또 다른 의미로 쉽지 않더라고요. 해외에서 일을 하기 위해서는 보통 해당 국가가 승인한 워킹비자가 있어야 하는데, 워킹비자가 없는 상태에서는 면접까지 가는 게 참 어려웠습니다. 아예 서류를 받을 때부터 비자가 있는지 여부를 작성해야 하는 경우도 많고, 채용공고에 아예 내국인이거나 특정 레벨 이상의 비자를 가진 사람만 지원 가능하다는 조건을 내거는 경우도 많았거든요. 어렵게 어렵게 서류를 통과해 면접으로 간다 해도, 면접에서 제일 많이 답해야 하는 질문 중 하나가 ‘이 나라에 얼마나 있을 예정인가?’ 였습니다. 사실상 당연한 일이죠. 회사 입장에선 시간과 돈을 들여 뽑은 직원이 최대한 오랫동안 회사와 함께하길 바랄 테고, 그 직원이 아예 그 국가에 살아본 경험조차 없는 생판 외국인일 경우엔 퇴사에 대한 불안함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그래서였을까요? 6개월 간 적어도 백 개쯤 되는 이력서를 제출한 것 같은데, 면접으로 이어진 경우는 진짜 손에 꼽을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이러다 취업이 영영 안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 수밖에 없었죠. 게다가 저의 경우는 해외로 이주하기 위해 이전 직장을 아예 그만둔 상태였던지라 더더욱 불안함이 극에 달했던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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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이나 이직을 할 때면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취업 스트레스라는 게 참 사람을 갉아먹기 좋은 상황이긴 합니다. 수십 개, 수백 개의 이력서들이 줄줄이 퇴짜를 맞는 상황에서 가장 하기 쉬운 게 ‘내 탓'이더라고요. 내 이력이 부족한 걸까? 내가 해외에서 대학을 나왔다면 달랐을까? 내가 좀 더 좋은 회사에서 멋진 일을 했더라면 달랐을까? 내 영어가 부족해서일까? 스스로를 갉아먹지만 그렇다고 당장 해결하기도 어려운 의문들. 그 질문들을 다른 누구도 아닌 제가 저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우울감과 무기력함이 찾아오곤 했습니다. 늘 그랬던 건 아니고요, 예측할 수 없는 어느 날 갑자기 그렇게 찾아와 무너지는 순간들이 간간이 저를 치고 지나가곤 했죠.
누군가는 ‘그럼 영어공부를 해! 스펙을 더 만들어!’라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노력하지 않으면서 우울감을 느끼냐고 핀잔을 줄 수도 있겠죠. 어쩌면 맞는 말입니다. 장기적으로는 그런 방식으로 스스로를 다져 나가야겠죠. 그런데 또, 지금까지 내가 쌓아온 일들을 부정당하는 기분이라는 게 퍽 사람을 무력하게 만드는 것이더라고요.
그럼에도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건 서글프게도 이력서를 쓰고 또 쓰고, 고치고 또 쓰는 방법 뿐입니다. 2년 전 제가 썼던 이직 관련 레터에서 ‘이직은 연애와 같다'는 문장을 적었던 적 있는데요. 둘 다 처음 시작하기가 어렵지만, 시작하면 계속하게 되고, 어느 날 잘 맞는 사람을 만나면 정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제가 좀 더 잘나서라거나, 못나서 안 되는 게 아니라 저와 핏이 맞는 그곳이 어딘가에 있다고 믿기로 했습니다. 뭐 적어도, 수십번의 낙방이 내가 못나서가 아니라 나랑 맞지 않아서라고 믿는 게 조금은 제 마음을 편하게 해주곤 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그 생각으로 몇개월을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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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터를 이쯤 읽고 나면, 그래서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도 조금은 궁금해지시겠죠? 몇 달 전 우울함이 바닥을 찍던 어느 날, 그래도 힘을 내보자고 보냈던 이력서 중 하나가 마법처럼 인터뷰 기회가 되어 저에게 돌아왔습니다. 운이 한번 풀리면 또 여러 곳에서 풀리는 건지, 그 회사 외에도 여러 회사에서 동시에 연락을 받을 수 있었고요. 최종적으로 한 곳과 긍정적인 합의에 도달해 현재 채용 마지막 단계를 진행 중입니다. 아마 큰 이변이 없다면 이 회사와 일하게 될 것 같습니다만, 만일 그 과정에서 무슨 일이 생겨서 중도에 그만두게 되더라도 조금은 긍정적인 마인드로 다음 기회를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차 탈락만 줄줄이 이어갈 때에 비하면 지금은 어느 정도 희망을 얻게 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막막하기만 했던 불확실성이 아주 조금은 해소된 느낌이 들거든요.
레터를 읽고 계신 여러분 중에서도 혹시 이직을 고민하고 있는 분이 있으시다면, 혹은 연이은 실패에 조금은 주춤하고 계신 분들이 있으시다면 오늘 레터가 조금은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어둠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처럼 느껴지시겠지만, 언젠가는 끝이 날 거라는 믿음을 그래도 아직은 놓고 싶지 않아요. 언젠가 제 일상에도, 여러분의 일상에도 마법같은 순간이 꼭 찾아올 거라고 믿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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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Zoe>의 코멘트
2년 전 영상이지만, 여전히 지금도 크게 상황이 달라진 것 같지 않아 이 콘텐츠와 함께 오늘의 레터를 마치겠습니다. 2019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대 사망원인의 51%가 고의적 자해(자살)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자살충동을 느끼는 원인 중 1위를 차지한 것이 경제적 어려움(38.2%)으로 나타났고요. 취업준비 과정에서 종종 생기는 우울증 문제는 이미 사회적 이슈가 된 지 오래죠.
저도 비슷한 문제를 가볍게 겪어봤지만, 우울감이 예고없이 찾아올 때 한없이 바닥으로 가기도 너무 쉽더라고요. 아마 다른 분들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 비슷한 경험을 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영상 댓글에도 그런 분들이 참 많았고요. 우습게도, 혼자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 그 우울감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기분이 든 적도 있어서, 오늘의 영상을 꼭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무언가 뜻대로 안 풀리는 날들이 있다 하더라도,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가보자고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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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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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나나 • 오리진 • 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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