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죽지는 말아줘 신문아 안녕하세요. 새로 합류한 객원 에디터 움큼입니다. 어거스트를 재밌게 읽던 도중 제안을 받아 이번 레터부터 객원 에디터로 합류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저는 미디어 산업, 조금 더 좁혀서는 언론 산업에 대한 콘텐츠를 전달드리려고 합니다. 저는 국내 최고 수준의 일간 신문에서 7년여를 일하고 지난해 퇴사했습니다.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한 TF 활동, 회사의 대표 행사를 기획해보기도 했고, 전통적인 뉴스 부서인 사회부나 경제부는 물론이고 기업들을 취재하는 산업부, 뉴미디어 컨텐츠 기획 및 제작부서를 거쳤습니다.
7년여 걸쳐 경험한 언론의 속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께 전달드리겠습니다. 언론에 관해 말씀드리다보면 언론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 그리고 그 안에서 만나온 사람들을 통해 배운 것들도 전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첫번째 레터로, 제가 기자를 그만둔 이야기와 언론사의 생존에 대해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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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자 때려친 썰 푼다 2. 사양산업이 된 언론, 흔들리는 수익모델 3. 악화되는 실적과 계속되는 인력 유출, 회사의 대응 4. 변화 속의 신문사, 살아남을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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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기자로 일한 기간은 꼭 7년 6개월입니다. 그동안 억울한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는 데서부터 세계적 석학이나 대기업 CEO, 국내 최고의 스타트업 창업자와의 인터뷰까지 다양한 활동을 해왔습니다. 분야도 범죄 기사부터 거시경제 전망, 산업경쟁력 분석까지 다양한 기사를 작성해볼 수 있었습니다.
기자로서 일하면서 가장 큰 기쁨은 배울 점이 넘치는 분들을 뵐 기회였습니다. 성사 여부를 떠나 누구에게든 만나뵙고 싶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는, 제가 기자라는 사실 자체가 즐거웠습니다. 자신을 갈고 닦은 분들이 삶을 이해하는 방식을 조금씩 훔쳐배우는 일은 예상보다도 훨씬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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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되면 대략 저 사진 속의 한 사람이 되어 권위 있는 누군가를 쫓아다니곤 합니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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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빛이 밝으면 그림자의 어둠도 짙어 보이듯, 반짝반짝 빛나는 분들을 만나뵐수록 고민은 커졌습니다. 기자가 가질 수 있는 전문성에는 한계가 있었거든요. 기자는 통상 2~3년에 한 번씩 '출입처'를 바꿉니다. 출입처는 언론계에 남은 일본식 어휘로, 담당 분야를 지칭합니다. 예를 들어, 사회부에서 강력범죄에 관해 취재하던 기자라도 2~3년 뒤면 갑자기 정치부에서 국회를 담당하거나, 삼성전자 같은 기업 취재를 맡게될 수 있는 식입니다.
이런 방식은 기자의 담당 분야를 정기적으로 바꿔서 매너리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 다양한 분야의 취재 경력을 갖춰 다채로운 관점에서 현상을 바라보게 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어떤 분야를 취재하더라도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지는 못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어려운 이야기를 독자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내려 쓸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만, 기자 개인이 돌고 돌다 사라지는 소모품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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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넓고 얕게 아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를 통해 사회의 옳고 그름에 대해 논하기에는 좋지만, 전문성이 쌓이기는 어려운 여건이기도 합니다. ©교보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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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직장인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연봉 문제도 있었습니다. 제가 있던 매체는 상당한 규모를 갖춘 곳인 만큼, 초봉은 꽤 좋은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저연차 때는 후하게 느껴지지만 연차가 높아질수록 박한(하후상박) 연봉 구조를 갖고 있어서 7년 반을 다니고 퇴사할 때도 월급은 고작 70만원 올랐더라구요. 꼭 1년에 10만원씩 오른 꼴이었고 앞으로도 비슷한 수준의 상승이 예정돼있었습니다. 기자들은 입사 후 15~20년이 지나야 차장으로 처음 승진하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연봉이 거의 오르지 않는 미래가 확정인 셈입니다.
2019~2022년의 급격한 부동산 가격 상승 및 타 산업의 연봉상승으로 인해 격차는 더 커졌고 '주 52시간제'의 도입으로 일반 기업 재직자의 '워라밸'은 빠르게 개선된 점도 기업 이직을 고려하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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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근로 환경이 다른 미국에서 이뤄진 조사이긴 하지만, 기자의 스트레스 강도는 모든 직업 중 7위에 오를 정도로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경우도 있습니다. 1~10위 직업 중 세 번째로 연봉이 낮은 것도 눈에 띕니다. 기자를 상대하는 PR 전문가의 스트레스 강도가 높은 것도 독특하네요. 조사 대상은 2019년 미국 직장인입니다. ©커리어캐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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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물론, 기자로 일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도 이직을 결정한 이유입니다. 밤에도 예상치 못하게 사건·사고가 터져서 대응해야 하는 경우는 그야말로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밤이나 주말에도 회사에서 연락받을 준비를 하고 언제 어디를 가도 배터리를 꽉 채운 노트북을 챙기는 게 습관이 됐을 정도였으니까요. 주5일제를 도입한 언론사가 적지 않지만, 적어도 제가 있던 곳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습니다.
이보다도 큰 스트레스는, 무한 경쟁이 이뤄지는 언론 환경 그 자체였습니다. 누군가 알아내지 못한 귀중한 정보를 먼저 캐내어 '단독' 기사를 쓰고,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 못한 각도에서 현상을 해석한 기사를 써내지 못하면 제가 잘못하거나 무가치한 것처럼 느끼곤 했습니다. 더 잘하려고 더 많이 노력해서 남들보다 더 많은 단독기사를 써내도, 다음날이 되면 하루살이처럼 다시 타사 단독기사에 파묻히곤 했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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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에 몇 명이 참가하든 1등은 한 명인 것처럼, '단독' 기사를 내는 기자는 최초의 한 명 뿐입니다. 이런 경쟁은 사람을 갉아먹곤 합니다. ©픽사베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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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산업이 사양산업인 점도 이직을 고려한 이유였습니다. 신문사는 겉으로 보면 정보를 다루는 게 핵심으로 보이지만, 회사에 다녀보면 구닥다리 제조업 기업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아무리 '디지털 퍼스트'를 외치고, 남들 다 하는 유튜브 채널을 따라해도 회사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는 아침부터 오후까지 기사를 작성하고, 오후부터 밤까지는 이를 인쇄해 아침에는 독자의 집 앞에 배달하는 식의 모더니즘 DNA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신문을 찍어내는 윤전기는 갈수록 감가상각만 더해가고, 종이값과 인건비는 폭등했죠. 빠르게 성장하는 디지털 광고시장에서 언론사는 구시대의 공룡이나 다름없습니다. '레거시 미디어(전통 매체)' 기업들은 덩치 크고 흉포하지만 새 시대에 적응하지 못했고, 디지털 광고 시장 점유율을 작고 빠른 기업들에 모두 내어줬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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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제4부' 권력으로까지 일컬어지던 전통 언론(Legacy Media)의 영향력은 갈수록 약해지고 있습니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레거시 미디어는 공룡 화석처럼 구시대의 유물이 될까요? ©픽사베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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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과 온라인으로 바뀐 컨텐츠·광고 여건에 기존 언론이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이 말씀을 드리기에 앞서 전통 언론이 어떻게 돈을 버는지를 먼저 말씀드리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신문기자 출신이니 신문사의 수익모델(Business Model) 중심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광고. 가장 대표적인 수익모델은 역시 광고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방식은 신문 지면에 싣는 인쇄광고입니다. 아직도 꽤 많은 기업이 지면 인쇄광고를 위해 비용을 지출하고 있습니다만, 사실 인쇄광고비 지출은 언론사와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지 광고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아닐 겁니다. 기자들도 아마 다수가 이렇게 생각할 것이고, 기업은 두말하면 입 아프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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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금융사, 정부, 공공기관은 신문 지면에 여전히 광고를 냅니다. 광고 효과를 아주 노리지 않는다고 하기는 어렵겠습니다만, 과연 광고 효과가 제1목표일까요? 자료는 우리금융그룹 지면광고. ©우리금융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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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중 두 번째가 자체 사이트를 통한 디지털 광고입니다. 디지털 광고 시장은 '1 VIEW = $1' 의 문법이 작동하는 곳입니다. 많은 사람이 찾아야 하고, 맞춤형 광고를 지원해야 광고주들이 지갑을 엽니다. 이 점에서 언론사 사이트는 낙제를 면치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기 싫은 스팸성 광고가 기사를 뒤덮는 경우가 흔한 데다, 디지털 마케팅의 기본인 유입자 통계 기반 타겟팅 광고 집행은 꿈도 꾸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구글 같은 기업이 제공하는 툴조차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에 기사를 게재하고 받는 '전재료'가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졌고, 기사 조회시 발생하는 광고수익을 언론사에 돌려주고 있지만 언제까지 계속될지 장담하기 어려운 모델인 한계가 있습니다.
광고 다음으로 흔하게 떠올리실 것은 구독료일 겁니다. 유감스럽게도 구독료는 이제 본전 장사도 못하는 구닥다리 모델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종이신문 인쇄와 배달(유통)은 구닥다리 제조업 그 자체입니다. 제조업은 원가와의 싸움인데, 종이와 잉크값은 오르고 인건비는 천정부지로 뛰었습니다. 구독료 금액 자체는 적지 않은 금액일 수 있으나 수익성을 담보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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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문 읽는 분이 아주 드물죠. 자기 돈 내고 신문 사보는 분은 더욱 드뭅니다, 구독센터에 전화하면 자전거 1대 경품부터 깔고 1년 구독료 무료 정도는 끼워주기도 합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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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이 각종 행사입니다. 언론사 뉴스를 한참 읽다보면, 그 언론이 주최한 행사나 포럼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국가경쟁력을 고민한다거나 저출산, 기후위기 같은 사회 문제를 고민한 결과를 기사로 내는 식입니다. 언론사의 행사나 포럼은 겉으로 보면 사회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것 같지만, 언론사가 이런 행사를 벌이는 이유에 관해서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런 행사나 포럼은 참가비로 1인당 수십~수백만원을 받거나, 후원 명목으로 기업에게 수천만원을 받곤 합니다. 언론사의 전문 영역인 컨텐츠 장사인 것은 맞지만, 사실은 기업 등 유력 독자에게 추가 매출을 요구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세상은 언론사가 그런 행사를 벌이지 않아도 충분히 전문가의 의견이 오갑니다. 애초에 언론사가 그런 행사에 전문가로 모시는 교수나 기업인은 이미 정부, 공공, 민간에서 목소리를 내는 분들이시구요. 그렇다면 언론사가 벌이는 행사와 포럼의 의미가 있는가 고민이 들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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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되는 실적과 계속되는 인력 유출, 회사의 대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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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가 돈을 버는 구조는 대략 말씀드렸으니, 그러면 이 회사들이 얼마나 돈 버는지도 살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언론사와 일반 기업들의 영업이익을 비교해보는 것도 한 방법일 것 같습니다.
정보기술(IT)이나 독특한 서비스업을 제외하고 일반적인 기업의 영업이익률이 5% 내외면 나쁘지 않습니다. 같은 자본을 굴려서 자본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꽤 높은 이익을 거둔 것이니까요. 아래 기업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계산하면, (좋든 싫든) 국내 대표 신문사인 조선일보의 영업이익률은 2.6%에 그칩니다. '조중동매한'으로 일컬어지는 5개 매체의 영업률은 대체로 2~5% 수준입니다. 그래프에 언급된 13개 매체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합산해 도출한 영업이익률은 3.8%입니다. 높다고 할 수는 없는 수준입니다.
게다가 신문산업은 갈수록 독자 수가 줄고, 지면 광고의 단가는 상승을 멈췄으며 수요는 급격히 말라가고 있습니다. 사양산업이죠. 젊은 독자 유입도 멈춘지 오래입니다. 매일경제의 경우에는 2022년에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고, 한겨레는 지난해 영업적자를 내기도 했습니다. 한겨레의 영업적자를 두고는 일회성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라는 내부 우려마저 나오고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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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큰 영업이익을 올린 한국경제의 일회성 실적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그저 그렇게 먹고 사는 수준의 이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영업손실을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미디어오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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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보니,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기자가 적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제가 있던 매체 기자 수는 200여 명인데, 지난해 초부터 퇴사한 인원은 두 자릿수에 달합니다. 언론사의 상품 생산과 판매 밸류체인에서 인재가 갖는 중요성을 생각하면 꽤 치명적인 규모입니다.
회사에 다니는 기간 동안, 매년 적으면 4~5명 많으면 17~18명이 회사를 떠났습니다. 매년 10명 안팎의 신입 공채 후배와 경력 공채로 합류한 동료들이 생겨났지만 사람이 떠나면 마치 '로스트 미디어'처럼 그 사람이 갖고 있던 인적 네트워크와 정보망은 통째로 소실됩니다. 사람이 계속 떠나는 매체의 취재력이 온전히 이어지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다른 매체들도 분위기는 비슷합니다. 지금도 매일같이 '지라시' 형태로 기자의 이직 소식을 전해듣습니다. 'A매체에 있던 선배가 B매체로 옮겼구나', '우리 회사 C후배는 열심히 하던 친구인데 D매체로 옮기는구나' 하는 식입니다. 이직을 결심한 선후배들의 이유도 대동소이했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더 커보이는 바깥에서의 기회를 놓고 저울질하다 후자를 택한 사람들이 언론사를 떠난 사람들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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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임금이나 나쁜 '워라밸'에 대한 불만은 비단 중앙일보, JTBC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언론판 전체에 아주 흔합니다. ©중앙일보 JTBC 노동조합/미디어오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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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이 나가면 회사는 어떻게 대응할까요? 앞서 언급드린 것처럼, 신입기자로 채우거나 경력기자로 채우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여기서나 저기서나 기자들의 이직이 끊이지 않다보니, 신입기자로 손실분을 모두 메꾸기보다는 경력기자로 당장의 전력을 채우기를 선호하는 언론이 최근에는 더 늘었습니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신입 공채 지원자 수 급감이 있습니다. 일례로, 신문사 중 가장 규모가 큰 5개 매체인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조중동매한) 중 복수의 매체 공채 지원 인원은 최근 10년 사이 80%가량 줄었습니다. 10년 전에 1000명이 지원했다면, 이제는 200명밖에 지원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원인은 대기업 대비 나쁜 '워라밸'과 두툼하지 못한 월급봉투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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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쿵 저러쿵 아무리 길게 말해도,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 이상 회사는 수익, 직장인은 보수에 관해 얘기해야 합니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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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과 두툼한 월급봉투는 회사의 수익성에 의해 좌우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언론이 아무리 일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해도 언론사만이 줄 수 있는 장점이 있을 겁니다. 사회 정의 실현을 꿈꾼다거나, JTBC의 '태블릿PC 보도' 같은 꿈을 꾸는 대학생이 있을 테니까요. 그럼에도 지원자 수가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을 못버는 사양산업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급감한 지원자 중 옥석을 가려내어 신입 기자를 뽑아도 노사 모두 만족하기 어려운 경우도 꽤 많습니다. 어르신들의 말을 빌리면 '엠제트(MZ)' 애들이 들어오다보니 기존 선후배 문화와 기수제, 워라밸은 '개나 준' 업무 방식을 도무지 따르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합격해서 일을 시작한 신입기자도 불만이 클 만합니다. 대표적으로 꼽히는 것이 경직된 선후배 문화와 불친절한 조직문화입니다. 예를 들어, 언론사는 통상 '공채 00기'하는 식의 기수 문화이고, 먼저 입사해서 기수가 높은 선배가 까라면 까는 구조입니다. 나보다 더 A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선배의 지시라도 따라야 하는 경우가 있다는 말입니다. 지금까지의 신문 제작 방식에는 적합했을 수 있지만, 온라인이 강화되고 새로운 컨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여건에도 적합한 방식인지는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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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다니던 회사는 선후배 사이 분위기가 나쁘지는 않은 편이었습니다. 회사 앞 노포에서 새벽까지 '소맥'을 말아먹으며 회사 욕을 하다가도 열심히 하는 기자 칭찬이 오가고, 그래도 '으쌰으쌰 해보자'는 결론이 나는 경우가 많았죠. 열심히 회사를 욕하는 후배를 불러다가 앉혀 놓고 술 사주며 달래준 선배들 덕에 그나마 기자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기에 감사한 마음이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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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에 소맥은 전통의 회식 메뉴죠. 어느 달은 세어보니, 막내로 일하면서 한 달 동안 대략 천 잔의 소맥을 말았더라구요. 그만큼 선배들과 친해지고 아쉬운 점도 많이 나눴던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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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선배들과 소맥을 말다보면 지나치지 않고 꼭 나오는 말이 있었습니다. "ㅇㅇ아, 우리나라 신문이 다 망해도 우리 회사는 제일 늦게 망할 거야, 그렇지 않냐?" 이 말에 동의했고, 지금도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랑을 담아 일했던 회사가 망하지 않는 데에 그치지 않고, 더 훌륭한 회사로 거듭나 더 많은 독자에게 신뢰 받고 잘 나가는 모습이 보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 수 있는지는 잘 보이지 않았죠. 회사를 떠났지만 지금도 그 길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유튜브에는 가짜뉴스가 넘치고 양극화된 목소리만 점점 커지는 시대, 생각보다 전통 언론의 역할은 아직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조중동'이니 '한경오'니, 또는 '기레기'니 하면서 비난 받지만 그래도 언론사가 돈 벌려고 만드는 기사의 질은 싸구려 더빙으로 만든 유튜브 영상보다 훨씬 좋고, 물론 정확합니다.
저도 지금은 언론사를 그만뒀지만, 언론사가 더 단단하게 뿌리내리고 사회의 신뢰자본으로 더 큰 역할을 하기를 기대합니다. 언론의 지근거리에서 언론사에 남아 자리를 지키는 선후배들을 계속 응원하며 소맥이라도 말아주고 싶네요.
독자 여러분께서는 언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자본의 앞잡이? 믿을 수 없는 정보창구? 어떤 의견이든 주시면 소중히 읽고 다음 레터에 소중히 반영해보려고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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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움큼>의 코멘트
최근 들어 저희 부부는 임신을 시도하고 있는데요, 생각보단 쉽지 않습니다. 지난 주말엔 난임 시술(인공수정)을 받고 왔는데, 이런 저런 정보를 검색하다가 이 기사를 재밌게 읽었습니다. 진지한 사회문제를 논의하고 있지만, 사례 중심이라 가볍게 읽힙니다.
주변에 난임 상황을 이야기하니 생각보다 '난임 선배'들이 많이 계시더라구요. 직접 전하지 못했던 감사를 이 기회를 빌어 전합니다,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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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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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나나 • 오리진 • 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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