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가챠에 대해서 살펴봅니다 "게임에 얼마를 썼다고요? 😨"
제가 예전에 팀원분과 했던 대화를 떠올려봅니다. 모 게임에 몇천만 원을 과금했다고 하셔서, 누가 게임에 그렇게 돈을 쓰냐며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 누가 바로 제가 될 줄 알았을까요? 최근 심심풀이용으로 다운 받았던 게임에 아주 빠르게 30만 원을 태우고, 현타가 진하게 와서 무엇이 소비자를 이렇게 돈을 쓰게 만드는가에 대해서 써보려고 해요.
물론 이 레터를 읽는 분에 따라 반응은 갈릴 수 있겠습니다. "게임당 30만 원밖에 안 쓰고 뭔... 30만 원은 무과금이나 마찬가지지"라고 하시는 분도 있을 수 있고, "아니 무슨 게임에 돈을...?" 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수 있어요. 팩트는 30만 원 정도는 돈을 쓰지 않았다고 여겨질 수 있을 만큼 '핵과금'(돈을 많이 쓰는 것을 의미)이 넘쳐난다는 것입니다.
게임을 하면서 소비자에게 돈을 쓰게 만드는 이 구조를 살펴보면, 정말 똑똑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감탄하게 됩니다. 가챠, 한번 알아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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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챠 겉핥기 2. 아니, 미국은 안그러던데?
3. 사실은 게임뿐만이 아니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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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을 가면 흔히 보이는 이것, 사실 일본까지 안가도 한국에도 많은데요, '가챠퐁'이라고 합니다. 일정 돈을 넣고 레버를 돌리면, 이미지 속 여러 캐릭터 상품 중 한 개가 랜덤한 확률로 나오는 기계입니다. 레버를 돌릴 때 나는 소리 '가챠', 캡슐이 열릴 때 나는 '퐁' 소리를 합쳐 가챠퐁이라고 합니다. 게임에서 말하는 '가챠'는 이 시스템을 디지털로 옮겨놓은 경험입니다. 게임에서 일정 돈을 내고 랜덤 확률로 상품을 가져간다는 것이죠.
현실에서 이 기계 앞에서 몇만 원 정도를 연거푸 써본 적이 있으신가요? 특별히 팬이거나 수집 마니아가 아니면 기계별로 붙어있는 이미지 내 모든 상품을 수집하기 위해 돈을 연거푸 쓰지 않습니다. 보통 돈을 넣고, 캡슐을 열고, 상품이 몇 번 겹쳐서 나오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나오면 거기서 끝이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이 시스템이 게임으로 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확률형 아이템에 기반한 수익 구조로 악명 높은 리니지의 경우 소위 '현질'(게임의 유료 아이템을 현금으로 사는 것)의 규모가 몇천만 원은 예사, 억 단위로 넘어간다고 하죠. (1억 미만은 무과금이라고 본다는 말도 있습니다.) 2023년 게임 이용자 실태 조사에 따르면,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전체의 21% 수준이며 평균 128,000원을 지불합니다.
무엇이 게임 유저로 하여금 지갑을 열게 만드는 걸까요? 그리고 이러한 가챠, 어떠한 방식으로 우리 앞에 다가와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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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돈 가져가고 고티어 캐릭터 내놔!.... 저와 여러 유저들의 모습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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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챠 게임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요. 네 가지로 정리해 봤습니다. 참고로 모든 게임에 딱 들어맞을 수는 없다는 점을 미리 밝힙니다.
첫째, 싱글 플레이어 게임이 아닙니다. 가챠를 도입하는 게임은 대부분이 멀티플레이어 게임입니다. '리니지', '메이플 스토리', 모바일로 가면 '니케', 제가 하는 '노바 삼국' 등이 떠오릅니다. 여기서 멀티 플레이어란 오버워치나 리그오브레전드처럼 다 같이 한 판에 참여하는 느낌이라기보다는, '랭킹'이 존재하고, PVP(Player Versus Player, 플레이어 간의 전투)가 존재한다는 의미입니다. 이유는 아시다시피 유저에게 경쟁의 요소를 통해 '한계에 부딪혔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 뽑기를 위한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둘째, 유저의 게임 실력보다는 가챠로 얻는 캐릭터나 아이템으로 게임 플레이를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리그 오브 레전드나 오버워치의 '배틀패스'는 가챠로 분류되지 않습니다. 무작위가 아닐 뿐더러 패스를 구입했을 때 어떤 아이템이나 캐릭터를 얻을 수 있는지 알려주고 있어요. 또한 배틀패스에서 판매하는 것은 맵 스킨, 캐릭터 스킨과 같은 외형적인 부분으로, 게임 플레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배틀패스의 경우 여러 개 산다고 해서 실제 게임에서 우위를 차지하지 않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페이커는 아마 세계에서 배틀패스를 가장 많이 산 사람이었을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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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페이커는 게임에 돈 안 쓰는 걸로 유명합니다(....) © T1 유튜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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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챠는 배틀패스와는 다릅니다. 가챠를 주 수익 모델로 삼고 있는 많은 모바일 게임이 '카드덱*' 또는 '방치형**' 게임인데, 이러한 형태에서 유저의 실력이 반영될 수 있는 부분은 적거나 없습니다. R(보통)~ SSR(최고 등급) 등으로 표현되는 캐릭터나 아이템의 등급을 가챠를 통해 높이거나, 그런 높은 등급에서도, 최적의 조합을 구성해야 게임 내의 스토리를 진행하고 다른 사람에 비해 높은 위치를 점할 수 있죠. (예를 들면, '우마무스메'에서 유저가 컨트롤을 통해 잘 달리면 게임이 잘될까요? 말은 알아서 달리고 유저는 그걸 지켜볼 뿐입니다.) 유저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부분은 두 가지입니다. 절대적으로 들인 시간의 양이거나, 돈의 양입니다.
*카드덱: 카드를 조합하여 해당 카드가 자동으로 싸우는 형식을 의미(유희왕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릅니다)
**방치형: 특별한 조작 없이도 자동으로 진행되는 게임을 의미 ('~키우기', '수집형 2D 게임', '하루 30분이면 충분'과 같은 설명을 달고 나오는 게임들이 해당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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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금보다 귀하다? 여기서는 아닙니다만 © everydaypsyc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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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결국 정해져 있는 '최고의 조합'이 있으며 그걸 얻을 수 있는 확률은 낮습니다. 요즈음 여러 게임이 '우리는 확률형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조합을 제공해서 전략에 따라 고성능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전략형 게임이다'라고 홍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스토리를 깨려면 결국은 다 키워라'라는 말입니다. (돈이 더 나가는 거죠.... 😭) 이러한 경우도 어차피 게임 유저들 사이에 '티어표'라고 정리본이 돌아다니고 어떤 캐릭터를 키워야 망하지 않는지 돌아다닙니다.
최고 조합이라는 캐릭터나 아이템은 애초에 게임 플레이로는 출현하지 않기 때문에 과금 없이 성장시키는 것이 불가능하고, 유료 뽑기의 확률도 낮게 책정되어 있습니다. '여러 번 뽑기를 하면 얻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매 뽑기가 독립사건이기 때문에 몇 번을 뽑아도 나올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동아사이언스에서 이를 '도박사의 오류'라고 정리한 바 있습니다.) 물론 시행 횟수를 무한히 늘리면 수학적 확률에 수렴할 수 있지만(큰 수의 법칙), 애초에 그 수학적 확률이 낮고, 무한히 뽑는 순간 돈은 이미 많이 나갔습니다(...)
확률적으로도 극악인데 그에 더해 게임사가 확률을 임의로 조정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작년 소란했던 '메이플스토리 확률 조작' 사태를 아시나요? 아이템 승급 확률을 조작한 사건인데요, 레전드리(전설) 아이템의 승급 확률을 공지 없이 매일 낮추어 1%대로 조정하기도 했고, 인기 옵션의 중복 출현을 제한하기도 했어요. 게임 '뮤 아크엔젤'의 경우 '레전드 장신구 패키지'가 기존의 0.25% 확률이 아니라, 150번 뽑기를 진행하지 않으면 절대 뽑을 수 없는 0% 확률의 아이템으로 밝혀지기도 했죠.
약간 사회의 축소판 같기도 합니다. 이상적인 물질적 행복의 기준을 정해두지만, 얻을 수 있는 확률은 극악이라는 점에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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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플스토리 '용사님께 드리는 사과의 마음' © 메이플 스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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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그렇기 때문에 유저가 '손해 보는 느낌'을 덜 주기 위한 장치들이 있습니다.
가챠는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은 것인데, 이러한 사실을 게임사는 알고 있고, 유저가 이를 덜 눈치채길 바랍니다. 매번 뽑기를 했는데, 실패만 한다면 부정적인 경험이 쌓이면서 결제를 덜 하게 되겠죠. 이러한 실패의 경험을 보정하기 위한 장치들이 있습니다. '천장', '컴플리트 가챠', '합성·승급' 시스템이 그 예시입니다.
각각 설명해 드리면, '천장'이라는 것은 여러 번 뽑기를 하면 100% 높은 등급의 캐릭터나 아이템을 지급하는 시스템입니다. 10회 뽑기, 20회 뽑기와 같이 일정 횟수에 다다르면 확정 뽑기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뽑기에 실패를 해도, 이 천장 횟수를 쌓아간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손해라는 감정보다는 오히려 '몇 번만 더 뽑으면 확정 뽑기를 할 수 있으니까 더...'와 같이 추가 결제를 유도하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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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사가 확률형 뽑기 화면. 아래의 'SSR 그랑웨폰 확정!' 부분이 천장입니다 © 그랑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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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플리트 가챠'란, 일본에서 더 성행했는데, 가챠와 빙고를 합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쉬울 것 같아요. 확률을 통해 뽑고, 뽑은 캐릭터나 아이템이 빙고처럼 세트가 맞춰져야 상품을 얻을 수 있는 겁니다. 가챠의 가챠랄까요. 앞서 천장처럼 이 시스템은 가챠를 멈출 수 없게 만듭니다. 카트라이더의 경우 행운의 빙고 판 뽑기를 한 적이 있는데, 이 시스템을 잘 보시면.... 한 줄을 다 완성해 가는 유저가 그만 둘 수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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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승급 시스템은, 똑같은 캐릭터를 연거푸 얻을 경우의 실망감을 상쇄시킵니다. R등급의 'A'라는 캐릭터를 10개 얻었을 때 합성·승급 시스템이 없다면 이 캐릭터는 그냥 실패에 불과하지만, A를 10개 합쳐 R등급에서 S등급으로 승급시킬 수 있다면 이 캐릭터는 '재료'가 됩니다. A를 승급시켜서 내가 원하는 높은 등급의 캐릭터를 한 단계 승급시키는 재료로 쓸 수 있다면, A를 여러 번 받아도 나쁘지 않죠.
천장, 컴플리트, 승급 시스템과 같은 요소들은 다양하게 변주되어서 다양한 형태로 게임마다 제공하고 있죠. 사실 언급된 부분은 일부일 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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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네 가지 요소를 요약하자면, 현실에서의 '경쟁', 그리고 현실에서 얻기 어려운 '보상'과 그에 따른 '우월감'을 적절히 잘 활용한다는 점입니다. 실망을 줄이고, 보상을 크게 느끼게 만드는 이러한 요소들이 비합리적일 수밖에 없는 과금을 마치 합리적인 것처럼 느끼게 만듭니다. 참 영리합니다.
사실 가챠는 그 자체로도 중독성이 큽니다. 뽑기를 누르면서 느끼는 조마조마함, 그리고 원하는 캐릭터를 우연히 얻게 되는 기쁨, 특히 이 기쁨이라는 것이 엄청난 보상이니까요. 일부 유저들은 돈을 쓰는 유저를 욕하며, 돈을 쓰기 때문에 이러한 가챠 게임이 성행하는 것이 아니냐, 라고 하지만 사실 시스템을 잘 들여다보면 돈을 쓸 수밖에 없게 짜여진 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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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리그오브레전드, 오버워치 등을 언급했죠.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게임 모두 가챠가 성행하는 반면 서양 쪽은 그렇지 않은 경향이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 쪽의 게임에는 왜 가챠가 덜한 걸까요?
유튜버 펭귄몬스터님이 해당에 대해 잘 다뤄주신 영상이 있어서 가져와 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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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게임사들은 착해서 가챠를 안 파는 걸까? © 펭귄몬스터 유튜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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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게임의 '유료화'에 대한 방향 인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게임의 시작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면, 게임의 유료화 방향의 차이는 문화권별로 어떤 형태의 게임이 성행했는가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락실에 돈을 넣고 즐기던 형태의 게임에서, 북미는 비디오게임, 콘솔게임으로 이동하였고 한국은 PC 게임으로 이동했다는 데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북미에서 비디오 게임은 게임기와 패키지로 판매되었기 때문에 애초에 '돈을 내고 구매하는' 유료 콘텐츠였습니다. 게임기를 싸게 팔아서 확산시키고, 게임을 팔아서 수익을 남기는 구조이죠. 반면 한국은 웹툰, 음악에서 그랬듯이 PC에서 즐기는 콘텐츠가 '유료'라는 개념 없이 무료로 시작하였기 때문에 애초에 게임은 무료라는 것이 기정사실로 된 채로 시작하게 된 거죠. (일정 기간 정액제로 시작했으나 전면 무료화되었습니다.)
무료이기 때문에 게임에 대한 장벽이 낮아졌지만, 수익성에 대한 고민도 당연하게 따라왔습니다. 미국 시장은 게임을 판매하면서 판매 매출을 올릴 수 있지만, 무료 게임의 경우 고객이 늘어나면 서버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보장된 영역이 없으니까요. 따라서 한국에서 '부분 유료화' 실험이 시작되고 안착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다만 그 방식이 아이템이나 캐릭터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가챠와 같은 확률형 시스템이라는 것이 문제인 것이죠.
미국의 경우, 이미 소비자는 게임을 하기 위해 돈을 지불했기 때문에, 게임 내에서 더 돈을 써야만 게임 플레이가 수월해진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북미 게임사에서는 첫 판매 이후 추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어떤 것을 할까요? 게임의 추가 콘텐츠를 의미하는 DLC(Downloadable Content; 다운로드 가능한 요소)가 있습니다. 한 게임에 대해 여러 유료 DLC를 내서, '게임을' 추가 구매하도록 하는 겁니다. 사운드트랙이 추가될 수도 있고, 크리스마스 모드와 같이 다른 버전의 게임을 주기도 합니다. 여기서의 전제는 역시, 게임이든 DLC이든 한번 구매하면 그 안에서는 유저들이 동등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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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A 온라인의 DLC '범죄 조직 스타터팩' 이미지 © 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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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미국의 이야기가 영원히 앞으로도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부분 유료화 자체는 북미에서도 많이 확산되었고, 되고 있습니다. 오버워치 게임의 예를 들면, 오버워치1은 북미 게임이 으레 그렇듯 '유료로 구매'하고 나면 대부분의 콘텐츠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었으나, 수익성의 문제로 인해 오버워치2에서는 '무료로 시작하고' 영웅, 스토리모드 등을 유료로 결제하는 부분 유료화 모델을 채택했습니다.
하지만 부분 유료화가 곧 확률형 가챠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북미의 부분 유료화가 다른 것은, 랜덤 뽑기가 아니라 특정 재화를 고객이 선택해서 구매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패키지로 묶어 파는 경우는 어떤 것이 포함되어 있고 받을 수 있는지 알려주는 형식을 띠고 있습니다.
많은 게임이 채택하고 있는 '패스' 시스템이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패스' 시스템은 게임 진행에 따라 단계별로 보상을 얻을 수 있는데, 돈을 더 내고 패스를 구매하면 추가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구매하기 전 고객들은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고, 패스에서 제공하는 것은 게임 플레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스킨, 맵과 같은 부가효과라는 점에서 가챠와 다릅니다. 랜덤성이 추가 결제를 무한히 유도하고 불합리함을 내포하는 반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명확하게 알고 구매하는 것은 더욱 합리적인 수익 모델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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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오브 레전드 전략적 팀 전투 모드의 '패스' 시스템 © 라이엇, 게임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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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는 2018년에 미성년자 보호를 위해 미네소타주에서 확률형 게임을 금지한 것 외로, 2020년에 확률형 게임은 확률에 대해 공개해야 한다는 자율 규제를 시행했습니다. 여기에 연방거래위원회가 확률형 게임에 대해 조사를 실시했지만, 법제화되진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주목할 점은 북미에서는 확률형 게임에 대한 유저의 반감이 크다는 것입니다. 애초에 없었던 모델이니만큼 '게임사가 도박과 같은 시스템으로 결제를 유도한다'는 반감이 한국보다는 클 수밖에 없죠. 확률형 게임에 대한 불매 운동이 일어나기도 하고, 집단 소송도 불사했어요. NBA 2K와 같은 게임은 확률형 아이템을 사지 않으면 게임 플레이가 어렵다는 점에서 소송이 제기되었고, EA의 피파에 대해서도 100명의 유저가 참여하여 집단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유럽은 북미보다 규제가 강한데, 벨기에는 확률형 시스템을 도박으로 보고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어요. '확률형'이란 개념을 중독과 결부시켜, 미성년자를 중독시켜 돈을 갈취하는 형태로 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확률형을 퇴출시키거나, 혹은 미성년자 보호차원에서 성인들만 확률형 뽑기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자율적으로 확률을 표기하도록 하고 있지만, 연령 등급을 두고 미성년자 보호 차원에서 게임 접근을 어렵게 하여야 하죠.
이쯤 되면, 한국은 어떤 규제가 있을지 궁금해하실 것 같은데요. 한국도 북미와 비슷한 시기에 확률 공개에 대한 자율 규제를 시행했지만, 자발적으로 사업자가 준수하는 규제이다 보니 큰 효과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올해 3월 22일부터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 개정안을 시행하여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를 의무화했습니다. 확률형 뽑기가 오랜 시간 주 수익 모델로 자리 잡았던 것에 비해 늦은 법제화가 아닌가 싶은 생각도 있지만, 확률형에 대한 규제가 시행된다는 점이 환영할 만한 점입니다. 2021년 메이플 스토리 확률형 조작 사건으로 게임사들이 확률을 조작한다는 점이 알려진 것과 확률형 게임에 대한 이용자들의 피로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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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확률형에 대한 이번 법안은 어느 정도 소극적인 형태의 규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확률에 대한 '표기'를 의무화하는 것뿐이거든요. 개인적으로 '확률형'이라는 것은 도박의 요소를 섞어 추가 과금을 유도하는 면이 있는 만큼, 벨기에와 같이 미성년자에 대한 제한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중국에서도 확률형 표기의 의무화는 물론, 미성년자에게는 확률형을 파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도 하고요.
확률형은 근본적으로는 벗어나야 하는 모델이 아닌가 싶습니다. 패스 시스템과 같이 추가 수익을 창출하면서도 무리하게 과금시키지 않는 다른 부분 유료화 모델의 탐색과 시도가 필요해 보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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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다루었던 게임에서의 '가챠', 게임만의 일은 아닙니다. 가챠 마케팅은 어느새 만연해있습니다. 지난 민희진 씨의 기자회견에서 많은 아이돌 팬의 공감을 얻었던 것은 '랜덤 포토 카드'에 대한 일침이었습니다. 아이돌의 사진을 카드 형식으로 파는 것을 포토 카드라고 하는데, 연예기획사들은 앨범에 이 포토 카드를 랜덤으로 끼워 넣어 판매하고 있어요. 그에 따라 좋아하는 아이돌 멤버의 포토 카드를 받기 위해서 앨범을 여러 장 사거나 하게 되는 것이죠.
이에 더해 앨범을 여러 가지 종류로 나눠팔고, 예약 판매용 포토 카드/미공개 포토 카드 등 앨범 종류/포토 카드 종류를 세분화하여 팬심을 활용한 추가 구매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10명이라도 되면, 랜덤성은 더욱 높아집니다. 이에 따라 좋아하는 포토 카드를 얻기 위해,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웃돈'을 주고 구매하게 되는 경우도 생깁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입니다. 내가 구매하는 상품을 왜 모르고 사야 하는 것인지 말이죠. 다만 게임에서와 마찬가지로, 아이돌 시장에서 이러한 랜덤성 상품은 어느새 굳건히 자리 잡았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23년 사행성 '끼워팔기'에 대해 연예기획사 조사를 한 바 있지만, 아직 이렇다고 할 규제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한때 유행했던 포켓몬빵도 가챠 마케팅입니다. 빵을 사면 어떤 스티커가 따라오는지 모르니 빵을 사재기하는 현상이 있었죠. 하나의 포켓몬 백서와 같은 판을 만들기 위해 여러 포켓몬을 모아야 한다는 점에서 저는 컴플리트 가챠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랜덤' 자체를 악마화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팬심, 뭔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멱살 잡아 더 지갑을 열도록 유도하는 것, 그러한 부분이 게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다는 것이 씁쓸합니다. 뭔가 좋아하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 시대 같달까요. 게임, 아이돌, 빵과 만화, 다 미성년자가 좋아할 수 있는 것들이잖아요. 확률형 뽑기 전반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및 가이드라인 확보, 그리고 미성년자에 대한 보호가 필요해 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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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오리진>의 코멘트
누군가가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소재... 요즘 좋다고 느낍니다. 결국 사랑도 인생도 누군가를 위해 노동을 하고 책임을 다하는 것이 전부가 아닌가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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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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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나나 • 오리진 • 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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