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 스위셔와 그의 회고록 Burn Book에 관하여 안녕하세요. 에디터 찬비입니다.
오늘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테크 기자를 소개하고 싶어요. 바로 카라 스위셔입니다! 테크를 다루는 레터를 많이 써오면서, 아니 사실은 그 전부터 이분을 팔로우하고 있었는데요, 지난 2월에 그가 쓴 회고록 ⟪Burn Book: A Tech Love Story⟫가 출간되었습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레이밴을 쓴 사진이 표지로 있는 이 책과 함께 테크 기자 카라 스위셔를 여러분께 소개하고, 그의 회고록을 통해 실리콘밸리를 돌아보고자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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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telligencer/Lisa Dicke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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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카라 스위셔를 소개합니다 2. 돈은 줄 수 없지만 인터뷰에 와주겠니 3. 야후와 저커버그와 머스크와 잡스
4. 스위셔가 빛나는 이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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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 스위셔를 처음 들어보신 분들도 있을테니, 지금의 그부터 소개해볼게요. 스위셔는 현재 뉴욕 매거진의 객원편집자이고, 주2회 발행되는 팟캐스트를 두 개 진행하고 있어요. 하나는 2018년에 시작한 '피봇(Pivot)'으로 뉴욕대 교수 스콧 갤러웨이와 공동진행하며, 테크와 비즈니스를 주로 다루고 있어요. 다른 하나는 2022년이 시작한 '온(On) 위드 카라 스위셔'로 다양한 사람들을 초청해 인터뷰하는 팟캐스트입니다.
지금은 팟캐스트 호스트와 인터뷰어가 본업이지만 사실 그는 1994년부터 실리콘밸리와 테크 섹터를 다뤄온 30년차 기자이고, '리코드(Recode)'라는 미디어 웹사이트의 공동 창업자이기도 해요. 저는 처음에 스위셔를 X(구 트위터)에서 알게 되었는데요, 거침 없고 시원시원한 인터뷰 스타일에 반해서 그가 진행하는 팟캐스트를 따라 듣게 되었어요. 레터에서도 여러 번 추천했던 피봇은 함께 진행하는 갤러웨이와의 케미가 특징인데요, 유익하기도 하지만 저는 쿡쿡 웃게 되어서 계속 듣게 되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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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 스위셔가 실리콘 밸리에서 ‘전설적인 테크 기자’가 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하나는 실리콘 밸리의 태동부터 테크를 다뤄왔다는 것. 이제 30년차 기자인 그는 제프 베조스가 아직 아마존을 서점으로 운영할 때,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을 창업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부터 이들을 취재하고 인터뷰 해왔어요. 그렇기 때문에 실리콘 밸리의 영광과 흑역사를 모두 알고 있는 사람인 거죠.
두 번째는 테크 주요 인사를 초청해 라이브 인터뷰를 진행하는 컨퍼런스를 열었다는 것. 스위셔는 동업자 월트 모스버그와 함께 ‘All Things D’라는 컨퍼런스를 매년 개최했어요. 세기의 라이벌이었던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의 합동 인터뷰가 있었던 게 이 컨퍼런스였고, 마크 저커버그, 일론 머스크와 같은 주요 인사들도 컨퍼런스에 참여했습니다.
예상 가능하다시피 베테랑 인터뷰이인 스위셔는 사실 쉬운 상대는 아니에요. 스위셔는 ‘가장 어려운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하라’라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하고, 인터뷰이의 답변이 너무 길거나 딴 곳으로 새는 것 같으면 가차 없이 딱 잘라서 다시 질문을 하기도 합니다. 인터뷰이가 쩔쩔매다가 답변에 실수가 있게 되면 그 답변이 대서특필되기도 하고요. 그런데도 유명 인사들이 그를 찾아와 인터뷰하는 것이 신기하죠. 실제로 2014년 뉴욕 매거진에서는 ‘카라 스위셔는 가장 무서우면서도 가장 사람들이 좋아하는 기자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라는 제목으로 쓴 프로필에서 그 이유로 크게 세 가지를 언급했어요.
처음 두 이유가 위에서 언급했던 것이라면 세 번째는 좀 다른 이야기인데요, 인터뷰이로서는 엄격하더라도 실제로 사람들에게는 관대하기에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해요. 직설적이지만 동시에 유머러스하기도 하고, 꼭 기삿거리 때문이 아니더라도 사람들과 연락을 자주 주고받는 편이라고요. 이 부분은 책에서도 나오지만 알게 된 모든 것을 쓰진 않는다고 해요. 꼭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독자들이 알아야 하는 것만 보도하고, 당사자에게 아픔만 줄 뿐인 것은 보도하지 않는다고요.
이러한 스위셔의 특징은 그가 단독 특종을 전문적으로 보도하는 기자가 될 수 있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어요. 여러 소스가 그에게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을 빠르게 전달해 주고, 그는 누구보다 빠르면서도 정확하게 빅테크의 내부 이야기를 보도한 거죠.
올 초에 발행했던 레터의 샘 알트만과 오픈AI 사이의 드라마 역시 스위셔가 트위터에서 가장 먼저 원인을 정확하게 보도했기도 한 만큼 실리콘밸리 사람들의 마음에는 스위셔가 여전히 공고하게 자리 잡고 있는 듯합니다. 이렇게 공고한 위치가 있는 탓에 그는 ‘나는 대체로 옳다’는 강한 확신이 어투에서 묻어나지만, 그게 재수 없다고 느껴지기보단 수많은 경력과 연륜이 그를 이렇게 만들었겠구나 하고 끄덕이게 되더라고요.
제가 팟캐스트를 재미있어서 들었다고 했잖아요. 동료 호스트인 갤러웨이의 유머는 미국 아재 개그라면 스위셔의 유머는 이런 식이에요.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상대를 일갈해서 상대방이 속 시원해지는 그런 스타일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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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이 책에 인덱스는 없어요. 그러니 자신이 이 책에 언급됐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다 읽어보셔야 할 겁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대부분은 이 책에 언급되지 않았을 겁니다. 트위터 둠스크롤링과 비슷하다고 생각해 보세요 -Ex인가 X인가 Q인가, 일론 이 끝없는 드라마 디바야. (305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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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책 뒷편에 책에 대한 찬사나 추천사가 있는데요, 이 책의 뒤편에는 사람들이 스위셔에 대해 한 이야기의 일부가 적혀있어요. 재미있는 것은 뒤 커버 가장 위의 일론 머스크는 ‘그러게요, 당신 말이 맞네요.’라고 했지만, 가장 마지막에는 ‘당신은 X자식(asshole)이다’라고 한 것입니다. 가식 제로로 자신의 모든 것을 내보일 수 있는 당당함, 그게 어쩌면 스위셔 캐릭터의 핵심인지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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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책의 이야기를 해볼까요? 스위셔의 회고록 제목은 Burn Book인데요, 영화 ⟪퀸카로 살아남는 법⟫(원제: Mean Girls)에서 나왔던 밈을 사용한 거라고 해요. 인터뷰에서 그가 직접 이야기한 것에 따르면 Burn Book이란 “공개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며 사람들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적어두는 것”이고, 회고록에서 실제로 좀 못됐더라도 솔직하게 사람들을 묘사했기 때문에 번북을 제목으로 정했다고 해요. 책은 대체로 시간 순서대로 진행되는데요, 스위셔의 삶과 당시 만났던 테크계의 주요 인물에 대한 스위셔의 평이 함께 등장해요. 이름만 알던 사람들의 과거 이야기나 가차 없는 스위셔의 평가를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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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 스위셔는 워싱턴 포스트에서 기자로서 본격적인 커리어를 시작했는데, 백악관을 출입하는 정치부 기자가 가장 ‘잘 나가는’ 기자였던 시절에 정치부에서 등을 돌리고 테크를 다루겠다고 결정해요. ‘디지털화될 수 있는 것은 모두 디지털화될 것이다(Everything that can be digitized will be digitized.)’는 깨달음을 일찌감치 얻은 덕분이라고요.
그는 당시 ‘Personal Technology’라는 컬럼으로 가장 유명했던 월트 모스버그 기자와 친해지면서 월스트리트저널로 이직했고, 동시에 ‘인터넷’을 다루기 위해 실리콘밸리가 가까운 캘리포니아로 이사해요. 그리고 이때부터 넷스케이프, 야후 같은 회사들에 출입하면서 취재하게 됩니다.
월스트리트저널로 이직한 게 첫 번째 전환점이었다면, 두 번째 전환점은 모스버그와 함께 ‘All Things D’라는 컨퍼런스를 개최하기 시작한 거예요. 동업자였던 모스버그가 당시 가장 유명한 테크 기자였기 때문에 처음엔 그의 명성을 십분 이용했다고 해요. 두 사람은 이 컨퍼런스가 ‘라이브 저널리즘’이 될 수 있도록 관중을 모시고 무대에서 인터뷰를 진행했고, 공정성을 위해서 1) 인터뷰이에게 여비나 페이를 지급하지 않고 2) 질문도 미리 공유하지 않으며 3) 스폰서를 화나게 하거나 인터뷰 세션을 잡지 않겠다는 규칙을 세워요.
그렇게 이들은 첫 번째 개회식 게스트로 스티브 잡스를 불렀고, 컨퍼런스 입장권은 솔드아웃되었을뿐 아니라 백만 달러의 이윤을 남기는 등 크게 성공하게 됩니다. 이후에도 컨퍼런스는 계속해서 성장했고, 불편할 수 있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All Things D 컨퍼런스(이하 ATD)는 “테크 리더로서의 패기를 증명하려면 나가야 하는 곳이 되었”다고 해요. 컨퍼런스와 함께 스위셔는 다우존스의 사내벤처 형식으로 같은 이름의 블로그를 운영하며 자유롭게 쓰고 싶은 글을 쓰게 됩니다.
전 이런 컨퍼런스가 성공할 수 있다는 비현실성에 고개를 젓게 됐어요. 우리나라에서 이런 컨퍼런스를 한다면 과연 주요 대기업 임원들이 와줄까요? 페이도 없고, 어떤 질문을 할지도 모르고, 바로 앞에서 관중이 자신의 내공을 평가할 수 있는 자리, 그러니까 잘 하면 본전이고 못 하면 정말 나락까지 갈 수 있는 자리인 거잖아요?(저라도 가지 않을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미국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잘 표현하는 것이 중요한 문화이고,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중요한 테크라는 특수성이 있어서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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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셔는 그동안 경험했던 역사적인 순간들을 회고록에 풍부하게 담아두었는데요, 30년 커리어를 따라가기만 해도 실리콘밸리의 역사를 볼 수 있다는 게 흥미로웠어요. 예를 들어, 당대 가장 큰 웹사이트였던 야후가 구글을 디폴트 검색엔진으로 두면서 그 옆에 구글 로고를 노출할 수 있게 했던 에피소드가 나와요. 구글은 당대 가장 트래픽이 높은 웹사이트의 홈에 자사 로고를, 돈을 받으면서 홍보할 수 있었던 거죠. 스위셔는 당시 야후 CEO에 이렇게 하는 게 위험하지 않냐고 직접 이야기를 하기도 했지만, 야후 측에서는 큰 경각심 없이 넘겼다고 해요. 결국 1년만에 구글은 검색 점유율 1%에서 33%까지 상승하고, 야후는 46%에서 36%로 감소하게 되었다고요.
번북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와 테슬라와 X의 대표인 일론 머스크에게는 한 챕터를 통으로 할애해서 이들이 왜 위험하고 잘못된 길을 걷고 있는지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저커버그를 이야기한 챕터의 제목은 ‘가장 위험한 남자’인데요, 악의가 없더라도 무지와 나이브함이 큰 권력을 지니면 위험해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줬기 때문이에요. 한 인터뷰에서 왜 허위 정보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플랫폼에서 내쫓지 않냐는 스위셔의 질문에 저커버그는 ‘홀로코스트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그렇게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고 이야기해서 큰 지탄을 받았습니다. 스위셔는 당시 인터뷰에서 ‘사실 의도가 있을걸?’이라고 이야기하며 저커버그의 발언을 막으려다가 이 발언을 통해 그의 무지를 드러낼 수 있을 것 같아서 멈추었다고 해요. 30억 명이 일어나는 플랫폼을 좌지우지하는 사람의 철학이(혹은 철학의 부재가) 플랫폼에 고스란히 녹아버린 거죠.
일론 머스크를 이야기한 챕터의 이름은 ‘나라는 X자식’이에요. 2022년 머스크가 “당신은 X자식이야”라는 제목으로 보낸 이메일을 언급하면서 시작해요. 사실 스위셔는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다고 했을 때 호평했던 몇 안 되는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머스크가 갑자기 X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X의 전 직원을 소아성애자로 매도하면서 스위셔는 머스크를 손절하게 돼요. 책의 초반에 스위셔가 얼마나 머스크를 믿었고 자주 소통해 왔는지가 나오기 때문에 나중에 손절치는 부분에 와서는 씁쓸하게 되더라고요. 책의 뒷 표지가 머스크로 시작해 머스크로 끝나는 것도 스위셔의 씁쓸함을 대변해 주는 듯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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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꽤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도 높은 평가를 받은 사람은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예요. 위에서도 이야기했듯 잡스는 첫 번째 컨퍼런스 개회식의 게스트이기도 했고, 이후에도 ATD에 여러 번 나왔다고 해요. 세기의 라이벌이라고 불렸던 MS의 빌 게이츠와 합동 인터뷰가 있었기도 했고요. 물론, 개인적인 삶에서 부족함은 분명히 있었고, 아이폰을 개발 중이면서도 인터뷰에서는 그런 계획은 없다고 시치미를 떼는 등 여러 번 거짓말을 하기도 했지만, 부족한 부분은 씨익 웃으면서 수용하고 아트와 기술에 대한 믿음으로 제품을 완성해야 한다는 그의 철학은 항상 돋보였다고요. 자기 삶이 유한한 것을 인지하고 죽어가던 중에도 열정적으로 회사 일에 매달리고 인터뷰에 계속 응했기에 스위셔에게 더 큰 울림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사실 스티브 잡스에 대해 엄청나게 잘 알진 못했는데요, 이번 기회에 조금 더 알아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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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퍼런스는 매년 더 커졌지만, 다우존스에서는 이를 지원하기는커녕 방해만 하려 들었고, 모스버그와 스위셔는 결국 리코드(Re/code)라는 이름으로 독립하게 됩니다. 복스에서 리코드를 인수한 후부터 팟캐스트 리코드 디코드(Recode Decode)를 하게 되고, 그때부터 스위셔는 본격적으로 팟캐스트 호스트로의 길을 걷게 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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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시작은 기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하는 선택에서 수익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처음 오프라인 컨퍼런스를 기획할 때부터 수익을 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한 고민 포인트였고, 첫 번째 컨퍼런스부터 백만 달러라는 큰 수익을 낼 수 있었기에 그의 다음 선택들이 가능했어요.
그는 책에서도 “비즈니스 마인드가 없는 기자는 축소되고 있는 시장에 휘둘릴 수밖에 없고 필요한 통제력을 가질 수 없을 것”이라면서 자신은 수익을 항상 고민했기 때문에 하고 싶을 때 하고 싶은 일을 건강하게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해요. 지금 팟캐스트를 하는 것도 (그에 따르면) 웹사이트에서 광고를 유치하는 것보다 수익을 내기 좋은 사업 모델이기 때문이라고 해요.
기업가로서의 면모와 함께 스위셔가 더욱 빛나는 지점을 두 가지 더 짚으면서 레터를 마무리해 보려 해요. 첫 번째는 실리콘밸리의 회사들이 ‘백인 남성’으로만 구성된 경영진 및 이사회를 구성하는 것을 비판하며 꾸준히 다양성을 강조해 왔다는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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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업계의 리더십 레벨에 여성이나 유색인종이 부족하다는 것에서 어떤 깨달음이 머릿속에 생겨났습니다. 혁신가들과 경영진이 안전 문제를 무시해 왔던 것은 이들이 꼭 끔찍해서가 아니라, 살면서 단 하루도 안전하지 않다고 느낀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개인적인 경험이 규제가 없는 플랫폼 개발에 영향을 미쳤고, 결국 자기 발명의 결과를 이해하지 못한 이들의 무능력이 이 분야를 비추던 찬란한 낙관주의에 찬물을 끼얹게 되었습니다. (171쪽)
세상을 바꾸겠다고 약속하던 테크 리더들이 기본적인 성차별과 같은 사회적 결함 앞에서는 그저 바퀴를 재발명했을 뿐이었습니다. (179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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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셔 자신이 레즈비언이기 때문에 호모포빅한 분위기나 성 지향성에 대한 차별에도 꾸준히 목소리를 높여왔어요. 번북의 북투어에 인터뷰이로 등장한 샘 알트만이 도대체 어떻게 이 사건에 대해 보도할 수 있었냐고 묻자 스위셔는 너무 많은 루머가 있었고, 그중 일부가 안티게이적이었기 때문에 빨리 나서서 바로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실리콘밸리를 계속해서 다뤄왔던 기자로서, 규제가 전혀 되고 있지 않은 미국의 상황에 통감하고 움직임을 촉구하는 부분이 좋았어요. 책의 전반부에서 스위셔는 프랑스 철학자 폴 비릴리오가 말한 이 부분을 자주 생각한다고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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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선이나 증기선을 발명한다는 것은 곧 난파를 발명한다는 것이다. 비행기의 발명은 곧 추락의 발명이다. 전기를 발명한다는 것은 감전사도 발명한다는 것이다. … 모든 기술은 부정적인 면이 있고, 기술이 발전함과 동시에 부정적인 부분도 함께 생겨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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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실리콘밸리에 너무 오래 머무른 탓에 그들과 자신을 떨어뜨려 생각하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을 깨닫고, 적당한 거리를 두기 위해 미국의 백악관과 국회가 있는 워싱턴DC로 이사했다고 해요. 그리고 미국의 국회와 정부가 반독점, 개인정보 보호, 알고리즘 투명성 등의 분야에서 규제를 아직도 못 만들고 있다는 점을 비판하며 움직임을 만들고자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AI가 세상을 멸망시키는 것보다 AI를 만드는 사람들이 나쁜 일을 하지 않도록 막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할 거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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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을 읽고 이 레터를 쓰면서 느낀 스위셔의 가장 큰 장점은 ‘선을 잘 지킨다’에 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어요. 그는 수많은 특종을 따내 보도했지만, 다른 소스에서 크로스체크가 되지 않았거나 비즈니스적으로 보도하는 데에 가치가 없다면 개인에게 고통만 줄 뿐인 소식은 듣고도 보도하지 않았다고 해요. 강한 확신이 있는 사람이지만 무엇보다 그 확신이 명확한 자기 객관화에서 나오기에 인정하게 되고요. 인터뷰에서도 상대를 몰아붙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유머를 던지기도 하고 상대를 풀어주기도 하거든요. 윤리적인 선, 관계적인 선, 그리고 저널리즘과 기업가 사이의 선을 적절하게 잘 지켰기에 그가 기자에서 은퇴한 지금도 여전히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테크 기자로 남아있는 것 같네요.
재미가 제일 중요하다고 느끼는 요즘인데, 무엇보다 이 책, 구어체로 쓰여 있어서 굉장히 잘 읽히고 재미있어요. 팟캐스트를 들어왔던 저로서는 자꾸 스위셔의 목소리가 들려오기도 했거든요. 그런 점에서 원서가 괜찮으시다면! 이 책을 읽으며 30년 실리콘밸리의 역사를 후룩 훑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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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찬비>의 코멘트
화요일의 레터에서 나나 에디터가 올리비아 딘을 소개했다면 저는 ‘새로운 학교의 리더즈’를 소개해봅니다! 영어로는 아라타라시이 각코로 활동명을 줄여서 활동하는 듯 한데요, 엄청난 에너지와 코믹하면서도 칼각인 군무, 안정적인 보컬 무엇 하나도 빼놓을 수 없는 그룹이에요. 그중에서도 누가 봐도 센터에서 끼를 뿜뿜하고 있는 멤버인 스즈카에게 홀려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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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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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식스틴 • 나나 • 오리진 • 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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