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태스킹은 환상입니다
하은 "영화관 아닌 집에서도 2시간짜리 영상을 집중해서 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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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객원 에디터 하은입니다.
벌써 4월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흔히 하는 말이지만 시간이 흐르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것 같아요. 일본 드라마 ⟪브러쉬 업 라이프⟫에는 이런 대사가 등장합니다.
“예를 들면 세 살에게 1년은 인생의 3분의 1이잖아? 하지만 서른 살에게 1년은 인생의 30분의 1밖에 안 돼. 그런 식으로 1년의 상대적인 길이가 조금씩 짧아질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낀대.”
어렴풋이 체감만 하던 시간의 흐름을 적절하게 표현한 대사라 기억에 오래 남아있는데요,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탓인지 저는 매년 아낌없이 살고 싶은 마음에 새해맞이 목표를 세우곤 합니다. 혹시 여러분도 올해 목표를 세우셨나요? 세우신 목표를 얼마나 잘 지키고 계신가요?
저는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시간이 부족하더라고요. 시간은 한정적이니 효율적으로 쓰고 싶은데 마음처럼 되지 않아서 고민이에요.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하다가 레터의 주제를 정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멀티태스킹에 관한 이야기를 다뤄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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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 가지 일만 하면 시간 아깝잖아요
2. 멀티태스킹은 환상입니다
3. 멀티태스킹하면서도 시간 더 잘 쓰는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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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방영된 ‘나혼자산다’에서 슈퍼주니어 규현 씨가 나온 모습을 보셨나요? 저는 그 방송을 보면서 인상 깊은 장면이 있었습니다. 유튜브를 틀어놓고 게임을 하는 등 여러 일을 동시에 하시더라고요. 한 가지만 하면 시간이 아깝다는 말에 깊이 공감하며 웃음이 나왔습니다. 사실 저도 아이패드로 그 영상을 보고 있는 동시에 핸드폰으로 쇼핑하고 있었거든요.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은 두 가지 이상의 작업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하나의 작업을 완료하지 않은 채 다른 작업을 처리하고 이를 반복적으로 전환하는 행동입니다.
⟪4000주 - 영원히 살 수 없는 우리 모두를 위한 시간 관리법⟫의 저자 올리버 버크먼은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자신도 모르게 멀티태스킹에 중독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TV를 보면서 핸드폰을 만지거나,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거나, 심지어 업무 중에 메신저를 자주 확인하는 것도 멀티태스킹의 일종입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자주, 어쩌면 하루의 대부분을 멀티태스킹을 하며 보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왜 멀티태스킹을 하게 되는 걸까요? 도파민이 주는 만족감 때문입니다. 도파민은 기분을 좋게 만드는 신경전달물질로, ‘신의 선물’이라고도 불립니다. 주로 쾌감과 동기부여를 주며, 집중력·학습속도·작업 효율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멀티태스킹은 메시지 답장처럼 작은 일을 완료해도 도파민을 유발하여 성취감을 느끼게 합니다. 이는 더 많은 도파민을 얻고 싶은 욕구를 만들고, 결국 멀티태스킹을 반복하게 되는 악순환을 만들어냅니다.
예시로, 회의 중에 슬랙 메시지 알림이 뜨는 상황을 상상해 볼까요? 노트북 상단에 메시지 내용 일부와 보낸 사람이 알림으로 나타나면 내용이 궁금해지죠. 결국 알림을 클릭해 메시지를 확인하고 답장까지 보내게 됩니다. 회의 내용은 계속 듣고 있으니 이러한 행동이 업무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요. 그러나, 이 짧은 순간에도 멀티태스킹이 이루어지며 도파민이 분비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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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IBM 문서에서 처음 등장한 ‘Multitask’라는 단어는 컴퓨터 용어로서 '입력, 출력, 사용자 프로그램 등을 동시에 처리하여 작업 속도를 높이는 강력한 기능'을 의미했습니다.
이후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전자기기와 휴대용 디지털 기기의 확산으로 한 번에 여러 일을 처리할 수 있다는 광고들이 등장했습니다. 이로 인해 멀티태스킹이 대중적으로 큰 관심을 받기 시작했고, 이력서에도 멀티태스킹이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을 “여러 일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프로일잘러”로 셀프 포지셔닝을 한 거죠.
이처럼 멀티태스킹은 처음 등장했을 때,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개념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멀티태스킹에 대한 부정적인 연구 결과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여러 일을 동시에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 슈퍼태스커는 전 세계 인구 중 2.5%에 불과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멀티태스킹은 집중력과 작업의 질을 저하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도둑맞은 집중력⟫의 저자 요한 하리는 한 인터뷰에서 멀티태스킹이 대마초를 흡연하는 것보다 지능에 두 배나 해롭다고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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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비교 대상이 대마초인 것부터 조금 충격이었는데요. 멀티태스킹이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길래 이렇게 해롭다는 걸까요?
먼저, 우리가 멀티태스킹을 할 때 여러 작업을 동시에 처리한다고 느낄 수 있지만, 실제로는 작업 간의 전환을 빠르게 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컴퓨터처럼 작업을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인간의 뇌는 작업을 전환할 때마다 적응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 낭비를 ‘전환비용(Switch cost)’이라고 하며, 작업의 종류에 따라 더욱 큰 ‘전환비용’이 소요되기도 합니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작업을 전환하는 데 최대 40%의 시간이 낭비될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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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태스킹 중 발생하는 전환비용 © Krishnovate Newslett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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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비용’의 문제는 단순히 시간 낭비로 끝나지 않습니다. 실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주의가 산만해지기 쉽고, 기억력도 약화됩니다. 또한, 멀티태스킹으로 인해 집중력을 잃은 후 다시 작업에 집중하기 위해서 약 23분이 소요됩니다. 이 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다른 작업으로 전환한다면 업무 효율이 현저히 감소하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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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티태스킹하면서도 시간 더 잘 쓰는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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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멀티태스킹이 반드시 해로운 것만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오히려 창의력을 향상하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저널리스트이자 경제학자인 Tim Harford의 TED 강연에서는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로 이를 설명합니다. 아르키메데스가 목욕을 하던 중 물이 넘치는 것을 보고 부력의 원리를 깨달았듯이, 목욕을 하면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한 행동이 멀티태스킹이 아니라고 보기엔 어렵겠죠.
⟪초집중⟫의 저자인 Nir Eyal은 멀티태스킹의 긍정적 측면을 기반으로 ‘멀티채널 멀티태스킹’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합니다. 그는 ‘멀티채널 멀티태스킹’을 통해 실제로 더 적은 노력으로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 개념의 핵심은 복잡한 작업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한 가지 작업을 진행하면서 부담이 적은 작업을 함께 처리하는 것입니다. 이때 서로 다른 감각을 사용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음악을 들으면서 청소기를 돌리는 행동은 청각과 촉각을 각각 사용하기 때문에 효율적인 멀티태스킹입니다. 반면, 양쪽 귀로 다른 팟캐스트를 듣는 행동은 같은 감각(청각)을 사용하기 때문에 비효율적이겠죠. 애초에 둘 다 제대로 들을 수도 없죠. 애플의 창립자였던 스티브 잡스는 걸으면서 회의하는 것으로도 유명했는데요. 스탠포드 연구에 따르면, 실제로 앉아있을 때보다 걸을 때 창의력이 60% 향상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멀티채널 멀티태스킹’의 효율성을 높이는 'Temptation Bundling' 전략도 간략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Temptation Bundling'은 단어 뜻 그대로, 하고 싶은 일과 하기 싫은 일을 함께 묶어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TV를 보며 런닝머신을 뛰면 운동을 더 오래 할 수 있는 동기가 생기죠. 이처럼 하고 싶은 일과 하기 싫은 일을 함께 처리하면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목표 달성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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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회사 업무처럼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은 'Temptation Bundling'을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업무 중 TV를 본다면, TV로 자꾸 시선이 빼앗겨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지겠죠. 이처럼 'Temptation Bundling’이 효과적이기 위해선 유혹과 목표 사이에 상호 간섭이 없어야 합니다.
심리학자 Shelley Carson은 “멀티태스킹이 필요할 때는 멀티태스킹을 하고, 집중이 필요할 때는 집중할 수 있는 것이 이상적인 상황입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활용할 수 있을까요?
Time Blocking은 빌게이츠와 일론머스크도 사용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시간 관리 방법입니다. 해야 할 일을 나열하고 우선순위를 설정하여, 캘린더에 하루의 일과를 Block 단위로 세분화하여 기록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업무뿐만 아니라 휴식과 자기 관리를 위한 시간 등 전체 일과를 기록하는 것으로, 효율적인 시간 활용과 함께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에도 도움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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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멀티태스킹을 자주 하거나, 한 가지 일에 집중할 때 방해 요소를 최소화하고 싶은 분들에게 더욱 유용한 시간 관리 방법입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완벽하게 모든 시간을 Block으로 채우려고 하면, 계획을 지키지 못했을 때 스트레스를 받고 오히려 의욕이 꺾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Block 사이에 빈 시간을 남겨놓고, 유연한 방식으로 일정을 관리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캘린더에 일정을 등록하는 것이 번거롭게 느껴지는 분들에게는 뽀모도로 기법을 추천드립니다. 25분간 집중한 후 5분간 휴식을 취하는 방식으로, 가장 간단하고 유명한 시간 관리 방법 중 하나입니다. 한 사이클을 완료할 때마다 하나의 뽀모도로를 달성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뽀모도로의 횟수를 점차 늘려나가는 것을 목표로 설정해도 좋을 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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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30분도 온전히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 된 것 같아요. 하루에도 핸드폰과 컴퓨터에는 알림이 몇 십개씩 오고, 심지어 화장실에 갈 때조차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얼마 전부터 핸드폰에 있는 ‘집중 모드’ 기능을 통해 일정 시간은 알림이 뜨지 않게 설정해두었답니다. 핸드폰에 방해받지 않고 집중하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보려고 시도 중이에요. 다음 달에는 집중력이 10분이라도 더 길어지기를 바라며 이만 레터를 마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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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하은>의 코멘트
‘내가 정말 초집중해서 봤던 긴 영상이 뭐가 있을까?’를 생각했을 때 떠오른 영화입니다. 정말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데요, ‘스파이더맨:뉴 유니버스’와 ‘스파이더맨: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영상과 노래 모두 압도적이어서 상영 시간 내내 시선을 뗄 수 없었습니다. 넷플릭스에는 두 편 다 있으니, 액션과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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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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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후니 • 찬비 • 식스틴 • 나나 • 오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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