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 안 읽은 책 언박싱

#AI #그림자노동 #고정관념 #렛츠고

2023. 12. 11.

📚 2023 안 읽은 책 언박싱

😎 웹에서 보기

찬비 "내년엔 기필코 이 친구들을 다 읽어보겠어요 🤪"

안녕하세요! 에디터 찬비입니다.

벌써 12월이 절반 가까이 지났다는 사실이 놀라워요. 올해를 돌아보니 저는 예상보다 본업에 쓰는 시간이 많았더라고요. 어거스트의 에디터로서 써보고 싶은 것들, 나누고 싶었던 것들이 많았는데 한 해가 벌써 흘러가 버려 아쉬운 마음이 큽니다.

올해 저의 마지막 레터인 만큼 읽고 싶었으나 아직 읽지 못한 책을 나눠보고 싶어요. 보통은 책을 읽고 소화해 나누었지만, 2023년 마지막을 함께할 책을 찾고 계신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는 또 이 책들을 꼭꼭 씹어먹고 잘 소화해 내년에도 생각해 볼 만한 지점들을 가진 레터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1. AI와 소셜 미디어
2. 지금 시대의 노동과 문화
3. 지금의 세상을 똑바로 보기

🤖 AI와 소셜 미디어

Zoe 에디터의 2023년 연말 결산 레터를 보니 올해는 단연 AI의 해였더라고요. 작년 말 출시한 챗GPT부터 얼마 전 구글이 출시한 Gemini까지. 내년에는 우리가 얼마나 AI에 관해 이야기하고 활용하고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저도 올해 AI에 관한 레터를 많이 써왔는데요, 리서치하면서 AI에 관해 이야기하는 다양한 기자와 칼럼니스트와도 일방적 내적 친분을 쌓아왔어요. 그래서인지 뉴욕타임스에서 팟캐스트를 운영하고 칼럼을 쓰는 에즈라 클라인이 자신의 칼럼과 팟캐스트 등 1년 내내 줄기차게 언급해 온 이 책이 궁금해지더라고요.

- ⟪God, Human, Animal, Machine⟫ Meghan O'Gieblyn (Doubleday)

클라인은 실리콘밸리 AI 개발자들의 문화는 '이상하다'고 이야기해요. AI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서베이에서 'AI 시스템의 개발이 인류를 멸망하게 하거나 그와 비슷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을 묻는 질문에 대한 응답의 중위값은 10%였다고 해요. 상식적으로 우리가 하는 일이 10%의 확률로 인류를 멸망케한다면 우리는 그 일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려 하겠죠. 하지만 왜 이 일을 계속하냐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형태의 지능을 세계에 소개해야 할 책임감이 있다'고 답한다고 해요. 살짝 종교적인 느낌이 나지 않나요?

클라인은 이런 AI 문헌 전반에 걸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종교적인 은유를 설명할 수 있는 책으로 ⟪God, Human, Animal, Machine⟫을 추천합니다. 현재의 실리콘밸리의 사람들은 가장 세속화되었음에도 종교를 대체할 수 있는 무언가를 절실하게 찾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요. 어떤 내용을 담고 있기에 그가 1년 내내 이렇게 추천할 수 있는지, 진짜 꼭 읽어보고 싶은 책입니다.

- ⟪Extremely Online⟫ Taylor Lorenz

Taylor Lorenz (Simon & Schuster)

제가 AI 다음으로 많이 다뤄온 토픽을 꼽자면 소셜 미디어인데요, '소셜 미디어의 사회적인 역사'를 다뤘다는 이 책도 발간되자마자 저의 읽고 싶은 책 리스트에 들어왔어요.

이 책의 작가 테일러 로렌즈는 워싱턴 포스트 기자로서 온라인 문화와 소셜 미디어에 대해 계속 다뤄왔는데요, 이번 책 ⟪Extremely Online⟫에서는 2000년대의 엄마 블로거들이 어떻게 시기별로 크리에이터들이 플랫폼을 통해 수익을 창출해 왔는지부터 셀카를 찍던 10대들이 어떻게 유명해졌는지, 그리고 최근 틱톡 인플루언서들이 플랫폼을 어떻게 활용해 관습적인 커리어에서 벗어나는지까지 지난 20년가량을 담았다고 해요.

2000년대부터 지금까지 인플루언서와 크리에이터의 역사, 그리고 플랫폼과 크리에이터의 티키타카라니. 누군가 이렇게 붙잡고 정리해서 써준다면 맛있게 먹을 자신이 있고요, 쓰면서도 읽고 싶은 마음이 퐁퐁 샘솟네요.

🦺 지금 시대의 노동과 문화

올해 제가 열심히 읽었던 뉴스레터 중 하나는 인스피아인데요, 특히 저의 관심사를 관통한 레터는 8월 23일에 발행되었던 '🎓종일 ‘잔인한 영상’만 보는 사람들 : 그림자 노동'이란 제목의 레터였어요. 이 레터에서는 '기술이 모든 걸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플랫폼이 내세우지만 사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림자 노동이 있다는 이야기를 해요. 그리고 아래 책을 함께 소개합니다.

- ⟪Behind the Screen⟫ Sarah T. Roberts

- ⟪더티 워크⟫ 이얼 프레스

⟪Behind the Screen⟫에서는 소셜 미디어의 시대, 그림자 노동의 대표주자인 '콘텐츠 모더레이터'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책에서는 콘텐츠 모더레이터를 아래와 같이 정의합니다.

"콘텐츠 모더레이터는 사용자 참여를 유도하는 회사를 대신하여 소셜 미디어에 업로드된 콘텐츠를 선별하는 대가로 돈을 받는 전문 인력입니다. 이들이 하는 일은 사용자가 생성한 온라인 콘텐츠를 평가하고 판단하여 콘텐츠를 계속 게시할 수 있는지 또는 삭제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것입니다."

즉, 수많은 사용자가 별다른 제한 없이 자유롭게 만들어 엄청난 양의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면, 콘텐츠 모더레이터는 이것을 검수해 플랫폼을 안전하고 이용하고 싶은 곳으로 만듭니다. 이들은 하루종일 수천 개의 이미지와 영상을 보고 글을 읽으면서 삭제 여부를 결정하는 일을 한다고 해요. 콘텐츠 모더레이터는 인터넷이 대중화되었던 1990년대부터 플랫폼에 필수적이지만, 플랫폼에서는 꾸준히 이들의 노동을 숨기고 평가절하 해왔습니다. 레터에서 짚은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인터넷은 마치 저절로 돌아가는 ‘하이테크 공간’ 같지만, 실은 인간 노동 없이는 절대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필수 노동은 간과돼왔습니다.”

이 책과 함께 소개된 ⟪더티 워크⟫에서도 비슷하게 필요한 노동이면서도 '더러운 것' 취급을 받아 외면받는 교도관, 도축업, 드론폭격조종사 등의 '더티 워크'를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다룹니다. 그러면서 사회의 '더러운' 구석구석을 함께 살펴보고, 어떤 불평등한 구조가 더티 워크를 누구에게 내몰고 있는지를 보게 한다고 해요. 인스피아에서처럼 이 둘을 세트로 읽고 이야기 나누면 좋을 것 같지 않나요?

- ⟪플레이밍 사회⟫ 이토 마사아키 (북바이북)

라파이유의 연구 내용들을 찾아보며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가 떠올랐는데,
알고 보니 라파이유는 레비스트로스의 제자였다고 하네요. © 리더스북

캔슬 컬처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캔슬 컬처는 "유명인이나 공적 지위에 있는 인사가 논쟁이 될 만한 행동이나 발언을 했을 때 SNS 등에서 해당 인물에 대한 팔로우를 취소하고 보이콧하는 온라인 문화 현상"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한글로는 취소 문화라고 번역되기도 하는 듯 한데, 국립국어원에서는 캔슬 컬처 대신 '등돌림 문화'를 쓸 것을 권장하고 있네요.)

분명 저도 언젠가 논란을 보고 누군가에게 실망을 해 팔로우를 끊거나 보이콧을 한 적이 있었을텐데, 여기저기에선 캔슬 컬처에 대해서 말이 많더라고요. 싱가폴에서는 심지어 캔슬 컬처를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기도 했다고요. 캔슬 컬처란 무엇인가, 이게 왜 문제가 되는가가 궁금해서 이 책을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도서관에 갈 때마다 검색했는데 아직 읽지 못한 채 저의 2023 읽고 싶었던 리스트에 남게 되었습니다.

⟪플레이밍 사회⟫에서는 캔슬 컬처 외에 해시태그 운동, 사이버불링 등 인터넷 공간에 비난, 비방 등의 글이 빠르게 올라오는 현상을 '플레이밍'이라고 하고, 이 플레이밍을 다각도로 바라보고 근간을 이루는 욕망과 이데올로기를 살펴본다고 합니다.

🔥 지금의 세상을 똑바로 보기

저는 노벨상 수상자들에게 큰 관심이 없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노벨 문학상 수상자는 항상 누구인지 챙겨서 보곤 했어요. 올해에는 우연히 민음사TV의 노벨 문학상 라이브를 보게 되어서 실시간으로 욘 포시가 수상했하는 것을 보기도 했고요. 그런 제가... 올해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의 책을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성별 임금 격차가 왜 생기는지를 규명한 연구로 여성으로서는 세 번째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었어요.

- ⟪커리어 그리고 가정⟫ 클라우디아 골딘 (생각의 힘)

⟪커리어 그리고 가정⟫을 먼저 읽어본 분의 서평에 따르면, 골딘 교수가 말하는 임금 격차의 이유는 '탐욕스런 일자리' 때문이라고 이야기해요. 이는 시간을 더 많이 투여할수록 돈을 '훨씬 더 많이 버는' 직업으로, 육아를 하려면 유연성이 필요하지만 이 유연성을 택하기 위해 높은 페이를 포기해야 한다는 거예요.

"저넷 랭킨에서부터 출발한 여정을 살펴보면서 여러 혼란스러운 논의들이 명료해지자 매우 고학력인 여성도 남성만큼 커리어의 진전을 이루는 데 여전히 고전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 하나가 우리 눈앞에 명확하게 드러났다. 아동 돌봄, 노인 돌봄, 가족 돌봄을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이 떠맡아야 하는데 직장의 일은 탐욕스러운 구조여서 가장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것을 얻게 되어 있다. 그리고 아기가 있는 부부들은 젠더 역할 규범이 여전히 적용되고 있는 세계에서 나름의 최적화를 위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골딘 교수는 수상소감에서 "여전히 남녀 간 임금 격차가 왜 큰지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매우 중요한 상"이었다고 했다고 했다고 하는데요. 26년째 OECD 성별 임금 격차 1위인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 책을 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 ⟪암컷들⟫ 루시 쿡 (웅진지식하우스)

이 책의 영어 원제는 무려 ⟪Bitch⟫인데요, 과거엔 여성을 가리키는 욕설처럼 쓰였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여성들이 스스로 지칭하면서 의미가 전복된 단어예요. 제목도 제목이지만 표지도 굉장하죠! 책을 접하자마자 내용이 궁금하고 굉장히 읽고 싶었던 책이에요.

⟪암컷들⟫은 동물학 연구자이자 다큐멘터리 제작자 루시 쿡이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암컷의 의미를 재정의하고 진화의 법칙도 재정립하는 과학자들을 만나 이들의 연구를 담았다고 해요. 기존에는 수컷이 암컷보다 더 우월하다고 연구되어 왔고, 찰스 다윈 역시 '궁극적으로 남성은 여성보다 우월해졌다'고도 이야기했다고 해요. 하지만 최근 연구들은 이러한 진화생물학의 편견을 깨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완경을 맞이한 할머니가 리더인 범고래 무리, 난교를 통해 깊은 모성을 표현하는 암사자, 무자비한 번식 경쟁을 통해 번식의 80%를 독점하는 암컷 미어캣, 그리고 환경적으로 성을 뒤집는 동물들까지.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선입견을 뒤집어줄 것이라는 이야기가 궁금하고 기대가 되었습니다.

저의 안 읽은 책 언박싱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의 올해 마지막 책은 어떤 책일지 궁금해요. 올해 마지막 책을 벌써 고르셨거나, 올해 읽었더니 참 좋았다 싶거나, 저처럼 읽진 못했지만 읽으려 했던 책이 있다면 피드백 링크나 이메일 답장으로 알려주세요. 1월 피드백 레터에서 여러분의 이야기를 모아 전달해 드릴게요.

Edited by. 구현모

영화 ⟪어른 김장하⟫ 메인 예고편

에디터 <찬비>의 코멘트

최근 허정도 배우가 후원하는 영화 ⟪어른 김장하⟫ 초대 이벤트에 당첨이 되어 다녀왔어요. 작년에는 TV에서도 방영했다고 하니 이미 잘 보신 분들도 계시겠지요. 이 영화는 진주 지역에서 한약방을 운영하며 번 돈으로 가난한 이웃과 지역 사회를 돌보아 왔지만, 한 번도 인터뷰에 응해본 적이 없는 김장하 선생님을 김주완 기자가 취재하는 내용입니다. 김현지 감독이 붙인 제목의 '어른'이라는 키워드가 영화를 보면 더 크게 다가오게 되더라고요.

영화와 함께 김장하 선생님을 취재한 김주완 기자는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줬으면 그만이지⟫라는 책도 쓰셨다고 해요. 저의 읽고 싶었으나 읽지 못한 책 리스트의 마지막은 이 책입니다. 해를 마무리하며 내년에는 어떻게 살까 고민하신다면 김장하 선생님과 함께 하셔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