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지방은 녹이고 도파민 경로는 고치고 지갑은 털어갑니다
찬비 "그럼 이제 씻어주는 기계와 식사 대용 알약만 나오면 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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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디터 찬비입니다.
우리가 자주 하는 생각 중에 이게 있잖아요. ‘먹고 싶은 만큼 먹어도 살이 빠지는 약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생각이 진짜가 되었다면요? 당뇨병 환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약이 식욕 억제와 체중 감량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었는데요, 이게 중독도 막아줄 수 있다네요? 오늘은 GLP-1과 오젬픽에 대해 알아봅니다.
(*아직 장기적인 영향이 확인되지 않은 약물에 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약물은 반드시 의사 처방 하에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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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체중을 15% 줄여주는 기적의 약 2. 알고 보니 각종 중독도 막아준다고? 3. 중독에서 자유로워지는 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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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시작점은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의 당뇨병 환자를 위한 약 ‘오젬픽(Ozempic)’입니다. 오젬픽은 2형 당뇨를 위해 개발된 약으로,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 계통의 약물인 세마글루타이드를 성분으로 합니다. GLP-1은 음식을 먹거나 혈당이 올라가면 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도록 한는데요, 세마글루타이드도 비슷하게 췌장을 자극해 인슐린이 분비되도록 도와준다고 합니다. 오젬픽은 그렇게 2017년에 FDA 승인을 받아 세상에 출시되었습니다.
연구자들은 오젬픽을 테스트하고 리서치하는 과정에서 환자들의 투여량이 일정 수준을 넘을 경우 식욕을 잃는 부작용이 생긴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이는 세마글루타이드가 췌장 외에 뇌의 포만 중추 역시 자극하기 때문인데요, 위에서 음식물이 느리게 통과하도록 하고, 배부르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서 음식을 덜 먹게 한다고 해요. 오젬픽 출시 당시에는 이것이 원하는 효력이 아니었기에 투여량을 부작용이 없는 수준으로 조절하였지만, 이후 노보노디스크는 식욕 저하와 체중 감량을 주요 효력으로 하는 고용량 제품으로 ‘위고비(Wegovy)’를 새로 출시했고 2021년에 FDA 승인을 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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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비는 출시 이후 일론 머스크와 킴 카다시안 등 유명인들이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13kg 가량을 감량했다고 X(구 트위터)에서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너도나도 위고비를 찾아 품귀 상태가 되자, 대체제로 같은 성분인 오젬픽 역시 구하기 어렵게 되었고, 오히려 원래 오젬픽을 필요로하던 당뇨병 환자들이 이 약을 찾기 어려워졌다고 해요. 2022년 4분기에는 오젬픽류의 약물 처방이 9백만 건을 돌파했고, 지난 2년간 미국에서 세마글루타이드를 처방받은 환자들의 비율도 1.7%로 세 배가량 증가했습니다. 올해 3분기에 역대급 매출을 기록한 노보노디스크는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60억 달러를 투자해 새로운 공장을 짓고 있다고 합니다.
모든 약이 그렇듯 오젬픽도 부작용이 있습니다. 두통이나 배탈, 메스꺼움, 구토, 현기증 등의 증상이 대표적입니다. 또한 약을 먹는 동안에만 효과가 지속되어 끊으면 다시 체중을 회복하게 된다고도 하고, 2017년에 출시된 약물인 만큼 어떤 장기적인 부작용이 있는지도 알지 못합니다. 가격도 높은 편으로, 한 달 치 정가가 1,350달러(한화로 175만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의 비만치료제 중에서는 가장 효과적인 약물입니다. 2021년 공개한 임상 3상 결과에 따르면 비만 환자가 위고비를 매주 1회 6-8주간 맞으면 평균 15%의 체중 감량 효과가 있었다고 하니까요.
위고비의 인기에 이어서 다른 제약사들도 비슷한 약물을 출시했어요. 미국 일라이릴리는 세마글루타이드보다 더 효과가 좋은 터제파타이드(tirzepatide) 성분을 활용한 마운자로(Mounjaro, 당뇨병 치료제)를 출시했고, 최근 FDA 승인을 받아 젭바운드(Zepbound, 비만 치료제) 역시 출시할 예정입니다. 위의 약물들이 모두 주사제 형태라 번거롭다면, 노보노디스크가 출시한 알약 형태인 리벨서스(Rybelsus)를 복용할 수도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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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비만연맹(WOF)은 2035년에는 세계 인구의 과반인 40억 명이 과체중일 것이며, 비만 인구도 19억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미국의 70%가 비만 또는 과체중이라는 통계도 있고, 우리나라 역시 ‘국민건강통계 2021’에 따르면 비만 유병률이 37.2%(남성 비만율은 44.8%)라고 합니다. 이런 상황이니 탈모 치료제와 함께 비만 치료제도 개발만 하면 "떼돈을 벌 수 있다"고 이야기되는 것이겠지요.
이코노미스트는 GLP-1 약물 시장이 2031년까지 15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며, 이는 현재 항암제 시장 규모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이 약이 인슐린이나 타이레놀처럼 흔하게 복용되는 약이 될 수도 있다고 이야기되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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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체중 감량만 도와주는 줄 알았던 오젬픽, 알고 보니 다양한 중독 및 강박 증세까지도 막아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어요. (이하 오젬픽과 유사 성분 및 약물을 모두 오젬픽으로 통칭합니다.)
디애틀랜틱에서는 ‘과학자들이 우연히 항중독성 약물을 만들었나?(Did Scientists Accidently Invent an Anti-addiction Drug?)’라는 제목의 기사를 발행했는데요, 이 기사에서는 오젬픽을 투여한 환자들이 식욕이 줄었을 뿐 아니라 음주, 흡연, 쇼핑, 손톱 물어뜯기 같은 중독 및 강박 행동도 모두 줄어들었다고 보고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정도면 진짜 마법의 약인지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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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오젬픽이 광범위한 역할을 하는 이유는 약물이 도파민 경로 즉, 보상 경로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음식을 먹으면 행복해지고 그래서 또 음식을 먹고 싶어지잖아요? 이때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는 도파민이 분비되기 때문인데요, 오젬픽은 음식을 먹거나 음주, 흡연과 같은 중독 행위를 할 때 분비되는 도파민의 양을 감소시킵니다. 도파민 양이 줄어들면 우리가 느끼는 쾌감도 줄어들어서 이러한 행동을 하려는 동기 역시 같이 사라지게 되는 거고요. 과식을 제한하는 뇌의 메커니즘이 다른 중독적인 행동을 제한하는 메커니즘과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에 다른 자극의 충동 역시 줄여주는 것으로 보여요.
손톱 물어뜯기와 같은 강박적인 행동 역시 도파민 경로와 연관이 깊기에 함께 영향을 받게 됩니다. 또한 도파민 경로에 작용을 하기 때문에 다른 비만치료제와는 달리 음식에 대한 기쁨 그 자체에는 큰 영향이 없고, 그저 음식을 과하게 먹으려는 ‘충동’만 줄여준다고 해요.
연구자들은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위의 작용을 밝혀왔습니다. 오젬픽을 복용한 동물들은 알코올에 의한 도파민 자극을 덜 받았고, 코카인을 덜 찾았으며, 중독의 재발을 예방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동물 실험 연구에서는 오젬픽이 니코틴, 코카인, 헤로인, 암페타민의 소비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고요. 아직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많지 않지만, 비슷한 경향을 보입니다. 월마트에서도 오젬픽을 구매한 사람들이 식료품을 덜 산다고 발표하기도 했고요.
오젬픽을 처방받은 300명을 대상으로 한 모건 스탠리의 서베이가 여러 기사들에서 자주 인용되는데, 내용도 흥미롭습니다. 응답자들은 전반적으로 건강에 해로운 걸 덜 하고 건강한 것을 더 추구하게 되었다고 답했더라고요. 오젬픽 복용 후에 응답자들은 이전 대비 패스트푸드를 덜 먹고(77%), 탄산음료나 당이 들어간 음료를 덜 마시고(70%), 카페에도 덜 가는(59%) 반면, 과일과 채소를 더 먹는다(54%)고 해요(괄호 안은 응답자 비율). 약을 복용하기 전에는 체중 감량 프로그램을 구독한 사람들이 29%였다면 복용 후에도 구독을 한 사람들은 20%로 줄었고요.
저는 지난 6월에 ‘중독'을 주제로 한 레터를 썼을 만큼 요즘이 중독의 시대라고 생각해왔어요. 소셜 미디어, 쇼핑, 숏폼까지 사람들을 중독시켜서 더 많이 쓰게 만드는 것이 목표인 제품/서비스가 넘쳐나는 시대. 술과 마약과 도박에의 중독이 너무나도 쉬운 시대. 뇌가 인간의 생존을 위해 만들어온 도파민 경로가 오히려 사람들을 가장 취약하게 만든다는 아이러니. 그런데 이런 우리의 앞에 오젬픽이 나타난 것은 어쩌면 한 줄기 희망이라고도 볼 수 있을까요?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오젬픽은 심장질환에도 효과적이라고 하고, 치매의 진전도 늦출 수 있다고 하는데, 이 정도면 거의 만병통치약 수준이 아닌지 모르겠네요. 🤷♀️ 앞으로 더 밝혀질 오젬픽의 효과가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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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젬픽이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벌써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단, 패스트푸드 등의 식품 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맥도날드, 치폴레, 스타벅스 같은 F&B 주식에 대한 공매도가 증가하고 있어요. 트루이스트 파이낸셜은 오젬픽의 영향으로 크리스피 크림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보류로 하향 조정했고, 그 영향으로 크리스피 크림의 주식 역시 하락했습니다. 코카콜라와 펩시 주식 역시 하락 추세에 있고요.
블룸버그는 주류 업계에서도 오젬픽의 영향에 준비해야한다는 칼럼을 내기도 했어요. 애널리스트들은 앞으로 10년간 오젬픽을 복용하는 사람들이 5배 늘어 전체 인구 중 7% 정도가 복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2025년까지 주류 소비량이 1.8%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 때문입니다. 이외에도 손쉽게 살을 뺄 수 있다면 피트니스에 대한 수요는 줄고, 건강해야 할 수 있는 스포츠에 대한 수요가 늘 것이라고도 예측해볼 수 있겠습니다.
물론, 이러한 모든 전망이 다 아직 먼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아직 중독을 방지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약품을 쓸 수 있을 만큼 안전성이 보장되었다고 보긴 어려우니까요. 일단, 위에서도 이야기했듯 오젬픽류 약물이 등장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장기적인 영향에 대해서도 밝혀지지 않았고, 사람을 대상으로 중독을 방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된 바 없기도 합니다. 또한, 연구자들은 모두에게 잘 듣는 약이라기보다 특정 사람들에게 더 효과가 좋은 약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도 이야기합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부분이 많지만, 새로운 약품이 중독을 줄여줄 수도 있다고 하니 자꾸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됩니다. 건강에 좋은 음식만 먹고, 해로운 행동은 하지 않고, 무언가에 의존하지 않고 바람직한 것들로 삶을 채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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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저는 큰 결심을 하고 유튜브의 영상 추천 기능을 껐어요. 유튜브 시청 기록 기능을 끄고 과거 주요 시청 기록을 없애면 이렇게 유튜브 홈페이지가 구글 홈페이지처럼 텅 빈 화면이 되는데요, 어떤 영상이 있는지 안 보이게 되니까 확실히 유튜브를 보는 시간이 확 줄더라고요. 주로 구독한 채널의 새 영상을 보고, 새로운 영상을 찾고 싶으면 검색 바 왼쪽의 나침반 버튼으로 찾아보기도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영상을 계속 본다거나 30분, 1시간씩 유튜브를 붙잡고 있는 일은 확실히 줄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유튜브의 이러한 조치는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개인 맞춤형 콘텐츠 추천 및 광고 금지 움직임 때문으로 보인다고 하는데요, 어떤 것으로든 조금 더 내 의지대로 행동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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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찬비>의 코멘트
지난 주말, 저는 실리카겔의 단독공연 〈POWER ANDRE 99〉에 다녀왔어요. 올해 초부터 계속 공연을 보러 가고 싶다고 생각했던 밴드였는데, 막상 그들은 모든 페스티벌에 출연하는데도 제가 시간이 도통 맞지 않더라고요. 그렇게 다녀온 이번 공연에서는 실리카겔의 2집 ‘POWER ANDRE 99’의 수록곡 18곡을 모두 들을 수 있었어요. 작지 않은 공연장에 스탠딩 번호도 늦어서 시야가 잘 나오진 않았지만, ‘No Pain’과 ‘Tik Tak Tok’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했습니다.
올해 부지런히 활동하고 있는 밴드라 관심을 이미 가지고 있으셨던 분들도 계시겠지만, 혹시나 모르셨던 분들을 위해 제가 실리카겔에 입덕하게 된 곡을 두고 갑니다. 라이브 현장감도 함께 느끼며 리듬을 타다 보면 2집이 발매될 12월이 금방 와있을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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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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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후니 • 찬비 • 식스틴 • 나나 • 오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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