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드라마 산업 위기설의 전말
식스틴 "추석 3대작이 전부 폭망한 한국 영화, 저는 새로운 물결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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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디터 식스틴입니다.
근래 영화, 드라마 업계에 몸담고 있는 분들을 만나면 공통적으로 꺼내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금 한국 영화, 드라마 산업이 역사상 가장 최악의 시기를 마주했다!" 업계 사람들에게 지금의 상황은 철마다 들려오는 위기설을 넘어선 생존의 공포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체감하는 현장은 어찌할 도리 없이 다가오고야 말 산업의 종말을 기다리는 분위기라고들 합니다.
이번 레터는 불과 몇 년 사이 스트리밍 서비스로 인해 바뀐 시장의 분위기 그리고 대안적 미래에 괸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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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달콤했던 스트리밍 서비스라는 '독약'
2. 스트리밍 버블은 이제 끝났다
3. 새로운 물결이 없다면, 이제는 종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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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 전, 그러니까 코로나 이전만 하더라도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 산업은 그 위세가 대단했습니다. 영화 ⟪기생충⟫이 오스카에서 대상을 거머쥐었으며, 그다음 해에는 ⟪미나리⟫의 윤여정 배우가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받았죠. 거기에 더해 OTT 서비스가 부상하며 한국의 드라마 산업은 소위 ‘감독이 없어서 못 찍는다'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수십 편의 드라마가 제작되기까지 했습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으로 전례 없는 글로벌 흥행을 끌어냈습니다. 오스카에 에미상까지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국 콘텐츠는 그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하지만 정점에 선 순간 다가오는 것은 추락이라지요. 지금의 한국 콘텐츠 업계는 예상되는 추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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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우리는 스트리밍 서비스에 관해 이야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OTT라고 불리는 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컨트롤하지 못한 책임에서부터 비롯된 것일 수 있으니까요. 새로운 기술의 탄생에 열광하며 한탕주의식 무분별한 베팅에 대한 책임을 고스란히 짊어져야 하는 상황에 마주했으니까 말이죠. 업계 관계자 말에 따르면 올해 대비 내년 제작될 드라마의 개수는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드라마만 이럴까요? 현재 촬영 중인 상업영화는 열 작품 미만이라 하죠.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길래 드라마와 영화 산업의 활력이 현저히 줄어들었을까요?
시작은 넷플릭스의 등장이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2019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시즌1이 공개되었습니다. 6부작 드라마, 회당 20억 원의 제작비. ⟪킹덤⟫ 시즌1은 한국의 대중들을 사로잡았습니다. ⟪킹덤⟫을 시작으로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박차를 가하였고 한국 콘텐츠 업계를 장악하기 시작했습니다. 배우들은 ‘넷플릭스' 간판이 붙는다면 고민 없이 작품에 참여하였고, 제작사들의 첫 번째 목표는 넷플릭스와 계약하기가 되었습니다. 글로벌 플랫폼이라는 매력, 콘텐츠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소문은 넷플릭스의 가치를 더 견고하게 해주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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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국내에는 어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토종 넷플릭스를 만들자는 원대한 꿈의 바람이었죠. 그렇게 국내 대기업 SK그룹과 지상파 3사가 손을 잡아 토종 OTT 웨이브가 탄생했습니다. CJ에서는 티빙 투자에 박차를 가하였습니다. 그 외에도 KT의 시즌(현재 티빙 흡수합병), 쿠팡의 쿠팡플레이, 왓챠, 거기에 더해 디즈니+의 등장까지. OTT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했습니다.
OTT 춘추전국시대 초기에는 모두가 웃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배우들은 작품이 많아지니 이에 비례해 출연료가 대폭 상승하게 되었고, 제작사들은 작품을 사줄 곳이 많으니 미친 듯이 작품을 개발하고 팔기 시작했습니다. 스텝들이 모자랄 지경이니 새롭게 수혈되는 피들이 이 자리를 메꿨습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이 모든 것들이 바로 ‘버블'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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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OTT 서비스. 웨이브,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로고 ⓒ 각 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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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후니님의 레터에서 언급된 티빙-웨이브 합병설은 아직 현실화되진 않았지만, 시장은 토종 스트리밍 서비스 간 합병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토종 스트리밍 간의 출혈 경쟁으로 인한 어마어마한 적자 때문입니다.
2022년 웨이브와 티빙 모두 천억 원대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불과 며칠 전 기사를 통해서는 웨이브의 대주주 KBS 역시 웨이브의 적자로 인해 투자수익 56.6억 원이 감소했다는 사실도 알려졌습니다. 왓챠는 어떨까요? 이젠 왓챠가 업계에서 살아날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은 없습니다. 인수 논의가 있었지만 결국 불발되면서 최악의 경우 문을 닫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기까지 업계는 눈을 감고 있었던 것일까요? 결론적으로 보자면 그렇습니다. 국내 OTT 서비스 모두 넷플릭스를 따라잡겠다는 환상에 부푼 주문을 외우며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죠.
우선 돈을 내고 봐야 하는 큰 걸림돌이 있는 것이 OTT의 특성입니다. 오리지널 콘텐츠 하나를 보겠다고 월 만 원이 넘는 금액을 내야 합니다. 이미 오리지널 콘텐츠와 더불어 해외 오리지널 작품까지 볼 수 있는 넷플릭스와는 비교가 불가합니다. 더군다나 글로벌 머니의 막강한 파워로 제작비가 몇 배는 높아진 상황이었습니다. 적자를 감당하며 제작한 콘텐츠들은 하나 같이 빛을 발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글로벌 기업이 운영하는 디즈니+까지도 드라마 ⟪무빙⟫ 이전까지는 국내 철수설이 들려오기까지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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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 OTT 서비스 상황은 반독점 상태와도 같습니다. 영화, 드라마 산업 전반이 넷플릭스만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넷플릭스의 선택에 모든 것을 맡길 수밖에 없을뿐더러 그들이 제시하는 제작 조건을 따라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 조건이라는 것은 넷플릭스의 자랑인 ‘데이터'에 의존한 제작 방향이죠. 새로운 실험보다는 데이터에 의존한 안전한 방향의 스토리 제작입니다. 리스크를 최소화한 스토리를 지향하기에 반복적인 소재가 제작되기 마련이고, ‘넷플릭스 노잼'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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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은 한국 영화 산업을 향해 이런 지적을 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영화 산업이 지난 20여 년간 엄청난 발전을 이뤘지만 갈수록 신인 감독의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에 투자하는 경향이 낮아졌다는 것. 거기에 더해 독립영화와 상업영화의 경계가 뚜렷해지면서 발전적인 작품의 등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지적입니다.
위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히, 스트리밍 서비스의 독점 체제는 결코 산업에 좋은 영향을 미치기 어렵습니다. 불과 얼마 전 할리우드에서 벌어진 대규모 파업 사태에서 보인 것처럼 스트리밍 독점은 창작자들에게 더 나은 임금과 대우를 보장해 주지 않습니다. 전미배우조합과 전미작가조합이 파업에 진심이었던 이유입니다.
모험보다는 안정성에 초점을 두며, 데이터를 강조하는 넷플릭스는 AI 기술을 통해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시도보다는 인건비를 줄이고, AI 데이터에 의존한 스토리를 제작하는 선택을 했죠. (할리우드 파업의 배경과 영향에 대한 내용은 찬비님의 지난 레터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파업은 9월 27일부로 마무리되었지만, 미국의 일일 뿐 한국 제작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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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안전 지향적인 선택은 더 많은 구독자를 지속적으로 플랫폼 내에 가두어 두어야 하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타 스트리밍 서비스의 등장으로 구독자 이탈이 현실화 되는 상황에 직면한 넷플릭스에게 주어진 선택지가 그리 많지는 않죠. 제작비를 줄이고 안전한 콘텐츠를 지속적해서 제작할지, 제작비가 많이 들면서도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작품을 제작할지. 과거 후자의 선택으로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 낸 넷플릭스가 업계 1위가 된 후에는 보수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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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 감독의 신작 ⟪거미집⟫ 사진 ©바른손이앤에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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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머니가 확보된 넷플릭스와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 스트리밍 서비스만을 바라보는 한국 영화와 드라마 산업. 절반 이하로 떨어진 제작 편수, 반복적인 성공만을 바라보는 보수화된 제작자들과 그에 비례해 반복적인 실패를 하고 있는 한국의 영화.
추석 연휴 개봉된 ⟪거미집⟫, ⟪보스턴 1947⟫, ⟪천박사의 퇴마 연구소⟫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특히 한국의 거장 감독 중 한 명의 꼽히는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의 손익분기점은 관객 200만 명이었으나, 30만이 조금 넘는 관객을 모으는 데에 그쳤습니다. 거장 감독에 더해 송강호, 임수정, 전여빈이라는 스타들이 총출동했지만, 대중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것이죠. 나나님의 지난 레터에서 CJ ENM의 연이은 흥행 실패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바 있는데요. CJ ENM은 이선균 배우의 마약 사건으로 200억 대작 ⟪탈출 : 프로젝트 사일런스⟫까지 위기에 처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아주 안 좋은 소식만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신인 감독의 데뷔작 ⟪잠⟫은 한국 영화에도 조금의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여지를 남겼습니다. 손익분기점 80만의 두 배에 가까운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이죠. 과연 한국 영화, 드라마 산업에 새로운 물결이 다시 찾아올 수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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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식스틴>의 코멘트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영화가 '예술'이라는 사실입니다. 물론 엔터테인먼트 산업과의 유기적인 연결을 통해 그 어떤 예술보다 대중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예술이 맞습니다. 그럼, 영화를 만드는 데에 참여하는 창작자들과 스텝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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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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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후니 • 찬비 • 식스틴 • 나나 • 오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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