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군데만 살았습니다
구현모 "나는 솔로와 결혼지옥을 동시에 소비하는 미혼 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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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가 지나 어느 덧 10월입니다. 어거스트는 오랜만에 일주일간 푹 쉬고 돌아왔습니다. 2023년 마지막 분기까지 지금을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해드리며 다시 달려봅니다.
수영장의 물이 빠지면, 누가 알몸인지 알 수 있습니다. 물이 빠지다 못해 가뭄이 왔고, 알몸을 넘어서 상접한 피골이 보이는 시장이 있습니다. 바로 ‘뉴미디어' 입니다. 한때 수조 원의 가치를 자랑하던 글로벌 뉴미디어는 망하거나, 죽어가고 있거나, 겨우 버티고 있습니다.
오늘은 대표적 해외 뉴미디어 사업자를 짚고, 국내 언론사들의 현주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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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구해주러 왔니? 나도 잡혔어!
2. 왜 이렇게 망했나요?
3. 중앙일보 vs SBS
4. 고점보다는 꾸준함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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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뉴미디어 사업자의 대표적 주자들을 알아보겠습니다. 하나는 국내 많은 콘텐츠 사업자들의 레퍼런스가 되어준 버즈피드입니다. 스팩(SPAC) 상장으로 나스닥에 올라왔으나 어렵습니다. 올해 2분기 매출이 7,8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7% 하락했습니다. 9.8달러로 시작한 주가는 0.45달러로 떨어졌습니다. 95%가 하락했으니 사실상 망했습니다.
TV 채널 사업까지 진출한 바이스는 어떨까요? 올해 5월 15일에 파산 신청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현재 바이스의 가치는 3억 5천만 달러인데요, 이는 2017년의 기업가치 57억 달러에 비하면 5%에 불과합니다. 버즈피드와 바이스 모두 95%에 뭐가 꽂혔나봐요.
복스(Vox)는 어떨까요? 그나마 호재가 있는 유일한 사업자입니다. 미국의 시사 매체인 복스는 최근 판스케 미디어로부터 1억 달러를 투자받으며, 20%의 지분을 내주었습니다. 최종 밸류는 5억 달러입니다. 여기까지 보면 좋은데, 과거를 보면 눈물이 납니다. 2015년 기준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였으니 반토막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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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플랫폼에 졌기 때문입니다.
2022년 기준 미국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구글의 점유율은 28.8%, 메타는 19.6%라고 합니다. 틱톡도 치고 올라오고 있으며, 넷플릭스의 광고 요금제 가입자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구글과 메타의 독점 시장이 끝나니, 틱톡과 넷플릭스 그리고 아마존까지 들어온 군웅할거의 시대가 됐죠. 언론사요? 쩌리가 됐습니다.
여러분이 광고주라면, 매체에 광고를 하시고 싶나요 혹은 플랫폼에 광고를 하고 싶으신가요? 사용자가 많고, 기술도 좋은 플랫폼에 광고를 하는 게 당연합니다. 구글, 메타, 틱톡 등 초거대 플랫폼이 광고를 잡아먹기에 이 매체들이 먹고 살기 어려웠죠.
그 다음은 광고 이외 비즈니스 모델 구축의 실패입니다. 광고만으로 생존할 수 없다면 다른 길을 찾아야 했는데, 모두 실패했습니다. 버즈피드는 커머스를 시도했으나 유의미하지 못했고, 바이스는 TV채널용 콘텐츠를 제작하고 판매했으나 이 역시 부족했습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95%의 저주를 맞은 가운데, 한국 언론사들은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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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사 중 뉴미디어에 꾸준히 도전하는 회사는 중앙일보와 SBS입니다. 우선, 중앙일보 디지털 전략은 유료화와 번들링이 특징으로 보입니다. 로그인해야만 볼 수 있는 로그인월은 기본이고, 유료 결제해야만 볼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 브랜드들이 많습니다. 팩플, 폴인, 뉴욕타임즈 등 다양한 매체를 번들링해서 제공하고 있습니다. 폴인은 중앙일보를 내세우지 않지만, 대부분의 인력이 중앙일보 소속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버티컬 전략도 보입니다. 일찍이 어거스트에서 소개한 쿠킹은 기본이고, 몇 년전부터 꾸준히 운영하던 팟캐스트 듣똑라는 이제 홈페이지는 물론이고 조직까지 독립적으로 운영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별도 페이지와 별도 인력 구성으로 운영하며 현재 유튜브 구독자도 40만까지 모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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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는 약간 다릅니다. 아직까지 콘텐츠 유료화에 진심은 아닌 듯합니다. 다만 중앙일보처럼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콘텐츠들을 브랜드화하는 데에는 진심입니다. 시작은 스브스 프리미엄입니다. 기존 SBS 채널 내 뉴스보다 더 다양하고, 더 깊이 취재된 콘텐츠를 뉴스레터와 홈페이지를 통해 내보냅니다. 보통 1일 1회인 대부분의 뉴스레터와 달리 이브닝 브리핑, 8뉴스 브리핑 등 시간대별로 여러 번 보내고 있습니다. NYT와 WSJ 등 외신들이 이렇게 운영하는데, 참고로 삼은 게 아닐까 싶습니다.
콘텐츠 다변화도 시도 중에 있습니다. 공직자 재산 포털, 데이터 창고, 마부작침, 인터랙티브 뉴스, 퀴즈 등 꽤나 다양한 콘텐츠가 보입니다. 제 최애는 골라듣는 뉴스룸입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새로운 BM입니다. SBS는 디지털 뉴스랩이라는 자회사를 갖고 있는데요, 여기서 유튜브 스브스뉴스(문명특급 포함)를 운영하고 있으며 동시에 커머스 브랜드 175플래닛도 관할합니다. 언론사가 커머스 사업을 시도한 적은 많겠으나, 브랜드를 만들고 직접 운영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SBS디지털뉴스랩의 매출은 107억이나, 이 매출에는 스브스뉴스는 물론이고 타 매출도 있기에 175플래닛의 매출은 아직 베일에 쌓여있다고 봐야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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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회사의 공통점은 3가지입니다.
우선, 오래 했습니다. 중앙일보의 듣똑라는 무려 2015년부터 팟캐스트를 운영했고, SBS의 스브스뉴스는 2014년에 시작했습니다. 각 7~8년가량 꾸준히 투자하고, 현장에서 고군분투했기에 나온 성과입니다.
두번째로 조직 별도 운영입니다. 중앙일보 산하 폴인과 그리고 듣똑라는 법적으로는 중앙일보 소속 인력이지만, 나름의 자율성을 가지고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종의 사내 벤쳐 개념인데요, 공채와 기수 그리고 기자 중심의 경직된 조직 문화를 가진 언론사가 강구해낸 나름의 대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스브스뉴스는 기존 SBS와 아예 다른 경로로 인력을 뽑고 운영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존 자원의 레버리지 활용입니다. 언론사가 갖고 있는 유일한 자산은 기자입니다. 이 말인 즉슨, 기자라는 레버리지를 쓰면 훨씬 쉽게 새로운 사업을 펼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중앙일보는 본인들이 자신 있는 분야를 더 깊게 파며 뉴미디어를 시도했습니다. 스브스프리미엄 역시 고퀄리티 취재 콘텐츠, 기자들의 팟캐스트 전담 등 기자라는 자원을 극대화해서 사용 중에 있습니다.
두 회사의 미묘하게 다른 점도 보입니다. 우선, SBS는 다양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마부작침, 인터랙티브 뉴스, 퀴즈, 자체 팟캐스트 등 콘텐츠의 종류가 정말로 많습니다. 비즈니스 모델도 좀 더 다양합니다. 아무래도 175planet이라는 커머스 브랜드를 운영한다는 점이 독특하네요
중앙일보는 콘텐츠의 브랜드화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팩플이 대표적입니다. 테크 및 비즈니스를 취재하는 콘텐츠였던 팩플은 오리지널 리포트를 꾸준히 내며 더 중앙 플러스 유료화의 주요 동력이 되었습니다. 팩플 보려고 중앙일보를 구독하는 셈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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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언론사가 뉴미디어 혁신을 주창했지만, 꾸준히 하는 회사는 적습니다. 왜일까요? 갖고 있는 자본의 차이도 있겠으나, 의사결정권자들의 수용성이 더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언론사는 특이하게도, 취재 인력이 최종 의사결정권자의 위치까지 올라갑니다. PD가 경영을 하진 않지만, 기자는 회사에 따라 경영까지 합니다. 동시에 여전히 기수 문화가 강하기 때문에, 조직 내부에서 기자라는 직무가 타 직무 사이에 벽이 있습니다.
이 말인 즉슨, 언론사의 혁신은 의사결정권이 있는 기자에게 달려 있으며 그 고지식한 기자들이 얼마나 변화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대책을 내놓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자신을 취재 기자를 넘어선 콘텐츠의 프로젝트 매니저 혹은 오너라고 보는 순간 기자가 할 수 있는 일도 많아지며, 비즈니스까지 고민할 수 있게 되니까요. 영화로 치면 프로듀서인데, 어쩌면 언론사에 더 필요한 역할이 아닐까 싶습니다.
언론 혁신, 뉴미디어 혁신을 주창하던 글로벌 기업들은 95%의 저주를 맞고, 한국 언론사들은 전통 언론사를 레버리지 삼아 꾸준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들의 활로는 어디로 향하고, 과연 어디로 종착하게 될까요? 2012년 뉴욕타임즈의 인터랙티브 뉴스 스노우폴은 전 세계에 충격을 주었고, 이 덕분에 지금의 더 중앙 플러스와 스브스프리미엄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렇다면 다음 10년 후의 언론사들은 어떤 모양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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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구현모>의 코멘트
이번 추석, 다들 내려가시나요?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이 사는 우리에게, 지방에 내려가는 일은 꽤 희소한 경험일 듯합니다. 하지만, 이 희소하다는 사실 자체가 꽤 위험하다는 점을 알아야 할 듯해서 이 콘텐츠를 공유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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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ed by Zoe • 구현모 • 후니 • 찬비 •식스틴 • 나나 • 오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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